'수습' 책임질 '당대표' 놓고 계파 갈등 예고
26년 지선 공천, 2028년 총선 영향력 때문
친한계, 전당대회 기대 "친윤 버티기는 망상"
친윤계, 비대위 연장 구상…당권 암투 치열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겸 공동선대위원장,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앞줄 왼쪽부터) 등 당 지도부가 3일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21대 대선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21대 대선 완패를 수습하기 위한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이 어디로 향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 완패 책임을 어디에 물을지 여부와 차기 지방선거 공천권이 이번 당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이미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를 앞세운 한동훈계가 당의 쇄신을 내걸고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서 구(舊)주류라 할 수 있는 친윤계도 당권을 쉽게 넘겨주지 않으려 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향후 두 계파 간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새벽 3시 30분 개표율 98.5% 현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41.4%를 득표하는데 그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49.3%)에 7.9%p 격차로 완패했다. 차기 당권 향방은 이번 대선 패배 책임론과도 맞닿아있단 이야기가 나온다.
앞으로 당을 어떻게 운영할지 여부도 당내 계파의 헤게모니 싸움과 연관이 있다. 새로 뽑히게 될 당대표는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 공천권을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당무감사와 조강특위 운영, 당헌당규 개정 등 당 체질 개선과 인적 쇄신을 통해 2028년에 열릴 총선 공천에까지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舊)주류라 할 수 있는 친윤계는 당내 60여 석을 점하고 있어 원내 세력은 강성하지만 당원들 사이에서의 지지세가 협소하고 '이 사람이다'라고 내세울 수 있는 구심점이 될만한 당권주자도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새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방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친윤계가 대선 직후 전당대회를 열기보다 당분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구상을 하고 있단 얘기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현재 비대위 체제로 운영하고, 그 다음에 당권을 판가름하자는 것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주도권을 갖고 있는 '윤핵관'들이 그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면서 당내 노선 투쟁이 심해질텐데 한동훈계들은 '전당대회 열어야 된다', 윤핵관 쪽에선 '뭘 전당대회를 여느냐, 비대위 체제로 가자'면서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권성동 원내대표는 그만두고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당분간 비대위원장직을 유지하면서 당의 개혁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이려 할텐데, 그게 인정받으면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김용태 비대위 체제'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한동훈계는 원내 세력은 20석 교섭단체 수준이지만 당원 지지세가 지난 5·3 전당대회에서 드러났듯이 40%에 육박하고, 구심점도 확고하다. 이 때문에 친한계는 차기 당권을 결정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밀어붙일 전망이다.
실제로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 "친윤 구태 청산은 국민의힘, 보수, 그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친윤과의 맞대결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
한동훈계인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의석수도 적은 정당인데 (대선 패배로) 쇄신해야 된다는 요구는 무조건 커지게 돼 있다"며 "그런데 지금 친윤들이 무조건 버티기로 당권을 지킬 수 있다는 건 망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역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과거 계속 기득권을 유지했던 친윤 세력하고 이 당을 이대로 해선 안 된다는 개혁보수, 합리적 보수의 세력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있을 것"이라며 "정당하고 생산적이며 국민들의 공감을 사는 건설적인 이론 또는 노선 정체성 투쟁은 해도 된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도봉구 방학사거리에서 열린 '내일의 기적을 만들' 노원·도봉·강북 유세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또다른 수단으로 원내와 전국위를 장악하고 있는 친윤계가 전당대회 대신 새로운 외부인을 앞세운 비대위 체제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당대회를 열어 한 전 대표가 압도적인 표를 받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느니,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일단 숨고르기를 한 후 당이 안정 궤도에 올랐을 때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를 선출하자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계파가 없는 외부인이 들어와서 당내 상황을 정리하는게 가장 좋은 방향이 아니냐"라며 "과거 우리 당은 혁신위를 띄우거나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데려와 혁신에 선공한 전력이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그런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0명 안팎으로 거론되는 한동훈계에다가 유력 당권주자로 차기 당권 도전설이 벌써부터 거론되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 윤상현 의원 등 '광장파'가 가세해 압박하면 비대위 연장 구상이 좌초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전당대회가 치러질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당 안팎에선 벌써 '7말8초'에 전당대회가 열릴 것이란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이 경우 친윤계가 친윤 색채가 옅은 제3의 주자를 앞세워 당권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이번 대선 기간 동안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면모를 일신한 안철수 의원과 함께 계파 색채가 옅고 당내 화합에 강점이 있는 주호영 국회부의장, 또 쇄신 이미지의 조정훈 의원 등의 이름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친윤계는 윤석열정부에서 구(舊)주류로 득세한 그룹이고 '광장파'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뭔가 서운한 처우를 받은 게 있는 그룹인데, 이 두 그룹이 한동훈 전 대표 저지라는 공통의 목표 앞에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선 중진인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김기현 전 대표는 계엄·탄핵·대선 정국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 전 대표가 당권에 다시 도전할 것이란 얘기는 이미 파다했는데 거기에 맞설 후보가 누가 될지에 대해서 의문부호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전당대회가 열리게 된다면 그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갈등의 크기와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구심점이 분명치 않은 친윤계가 사분오열 식으로 흩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 '대권주자가 없는 계파는 존립할 수 없다'는 여의도 격언대로 급속히 구심력을 잃고 원심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친윤계 의원들이 '주윤야한(낮에는 친윤, 밤에는 한동훈계)' 식으로 넘어간다든지, 아니면 강성 당원들의 지지가 보다 선명한 '광장파'로 흡수된다든지 하는 그림이 전개될 수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김문수 후보가 상당한 득표를 거뒀다면 선거 이후에도 어떤 축으로 움직이려고 할텐데 그렇지 못하면 한동훈 전 대표가 중심이 돼서 뭔가 움직임이 보일 것"이라며 "이른바 친윤들은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텐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적 상징이 돼 가고 있는 만큼 다시금 하나로 뭉치기는 쉽지 않고 분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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