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때보다도 긴 남북대화 단절
12.3 내란의 尹정부와는 다르게 볼 듯
긴장완화 제의에 바로 호응 가능성 낮아
국제정세 변화 있어야 北 움직일 가능성
당선 보도·8월 한미훈련·당 대회 北 동향 주목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2023년 연말전원회의에서 남북의 동족·동질관계를 부정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하며 남북관계를 전면 단절하고 있다.
적대적 두 국가론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2018년 12월 남북체육회담을 끝으로 남북대화는 6년 5개월 넘게 열리지 않고 있고 2023년 4월부터는 남북연락채널도 끊긴 상황이다.
1971년 남북회담 시작이후 가장 길게 남북의 대화가 단절된 것이 전두환 정부 때인 1980년 8월부터 3년 8개월의 기간이었음을 감안할 때 현 단절 국면의 심각함이 잘 드러난다. 남북·북미대화가 장기간 끊긴 가운데 북한의 핵 무력은 더욱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대북정책 공약으로 크게 "포괄적·단계적 비핵화로 평화체제를 향한 실질적 진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 방위적 억제능력을 확보하며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추진, 남북 인도주의협력, 교류협력 추진"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과연 이재명 대통령은 향후 5년의 임기에 이런 공약을 어느 정도까지 실현할 수 있을까.
북한이 동족관계를 부정하는 적대적 두 국가를 제기한 데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강경 정책에 대해 반응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와 차별적인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새로운 변화 요인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남한의 진보·보수정권을 싸 잡이 비난하며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평양무인기 침투설과 국지전 유도설, 12.3 내란사태의 진행과정 등을 지켜본 북한으로서는 새 정부를 달리 볼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과제는 남북연락채널을 복원하고 접경지역에서 전단·오물풍선 및 확성기 방송 중단 등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6.3 대선 피날레 유세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그러나 북한이 새 정부의 이런 제의에 바로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 두 국가 기조가 전 정부의 대북강경책에 대해 반응한 측면이 있지만, 보다 근원적으로 김정은 권력강화, 남북국력 격차를 상쇄하는 인민 정체성의 강화, 미중대결과 러·우 전쟁 등 국제 정세의 다극화 추세를 고려한 국가전략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보도나 논평 등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런 대남 무관심 또는 무시 전략은 새 정부 출범이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핵 무력만이 아니라 파병을 통해 러시아를 혈맹을 만들고 있고, 한 때 소원했던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러브 콜에 이어 미국 정부의 물밑 대화 타진이 계속되는 현재의 국제 정세로 인해 자신들의 전략적 지위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고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미군역할 재조정, 더 나아가 주한미군의 감축 논의가 앞으로 어떤 결론에 이를지 불투명하다. 이같은 국면에서 북한이 서둘러 움직일 이유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문제의 논의는 러·우 전쟁의 종식과 미중대결의 진행상황, 주한미군 문제, 북미대화의 분위기 조성 등 국제 정세의 전략적인 요인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뒤에야 일부나마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북한은 새 정부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향후 주요 계기에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대선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북한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 소식을 언제 어떻게 전하느냐다.
통일부는 "그동안 북한은 대통령 선거결과를 공식 매체를 통해 3일 내에 사실관계 위주로 확인해왔지만, 이번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하고 개최되는 첫 번째 선거인만큼 그 결과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보도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8월에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 또는 대응도 주목된다.
과거 남북관계에서 한미연합훈련은 대화 시작이나 파국의 주요 계기로 작용했다. 북한은 8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도발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새 정부의 입장 등을 떠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80주년과 내년 1월 9차 당 대회는 북한의 가장 중요한 내부 정치행사이다. 특히 9차 당 대회는 향후 5년의 국가목표와 전략을 제시하는 자리이다. 북미대화와 남북관계 등 대외전략도 포함된다. 남북에 대한 적대적 두 국가기조를 더 강화할 것인지, 유연하게 완화할 것인지 여부도 여기서 결정될 수 있다.
새 정부는 통일외교안보부서의 라인구성과 조직개편을 마친 뒤 국제정세의 변화에 맞춘 긴장 완화 조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에 메시지를 주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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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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