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근기법 확대 추진에 자영업·중소기업 '부담'
상법 개정엔 재계 강한 반발 예상
반도체 업계 "지원 필요", 방산업계 수혜 기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노동·산업 관련 정책 지형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도입, 상법 개정 등 민주당이 추진해 온 핵심 입법 과제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소규모 사업장 규제 강화, 경영권 위협 가능성, 반도체 지원책 부재 등을 우려한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근로기준법은 적용 대상이 현행 5인 이상 사업장에서 5인 미만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주52시간 근무제는 물론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지급, 연차휴가 보장,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등이 적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538만6553개(86.3%)이고 관련 종사자는 767만5862명(30.3%)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두 차례 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무산됐던 노란봉투법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TV 토론에서 노란봉투법 추진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담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노동계가 줄곧 주장해 왔다.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경기 침체 여파로 경영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 등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걱정한다.
상법 개정 재추진에 대해 재계의 고민도 깊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일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며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명문화 △대규모 상장회사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정관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배제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개정해 대규모 상장회사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 상법 개정 공약을 제시했다. 재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을 특히 반대해 왔다. 일부 주주가 사소한 이유나 특정한 목적으로 '이익 침해'를 거론하며 소송을 제기해 정상적 경영 판단을 방해할 수 있고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관련, 감사위원이 외부 세력 주도로 선임돼 경영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9월쯤 정부와 민주당이 상법 개정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소액 주주에게 도움이 되고 증시가 밸류업된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상법이 개정되면) 우리 기업들은 행동주의펀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한 행정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업종별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보조금이나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조항 등을 공약집에서 제외한 것을 아쉬워한다.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은 저금리 대출과 세액 공제, 인프라 구축 지원 등 간접 지원에 그치고 있다. 세액 공제는 기업이 이익을 내지 않으면 혜택을 볼 수 없는 만큼 직접적인 현금 보조금 지급이 더 효과적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 반도체업계는 R&D(연구개발) 인력에 한해 주52시간제를 예외 적용을 원하고 있으나 이 역시 공약에 반영되지 않았다.
방산 분야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방산 수출기업 연구개발 세액감면, 방산 소재 부품 국산화, 차세대 항공 엔진 독자 개발 지원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K-방산'이 호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업계는 미국과 '국방상호조달협정(RDP-A)'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RDP-A는 국방 부문에서 무역 장벽을 완화하자는 취지의 협정으로, 방산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린다. 이 협약이 체결되면 국내 업체들은 미국산 우선구매법(BAA) 적용을 면제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협약이 체결된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김지현 기자 flow@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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