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첫 메시지는 국민통합과 경제 회복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 실현”
총리 ‘新친명’ 김민석 지명, 비서실장 ‘원조 친명’ 강훈식, 대변인 강유정 임명
안보실장 ‘외교관 출신’ 위성락…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출신’ 이종석 내정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는 메시지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방향성을 보여줄 '이재명의 사람들' 첫 명단이 공개됐다. 대통령의 핵심 메신저가 될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에는 친명(親이재명)계가 결집했다. 한국의 외교안보를 책임질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정보원장에는 전문가 그룹이 포진됐다. 여기에는 꾸준히 손발을 맞춰온 최측근과 즉시 업무를 시작하고,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아온 인사를 통해 국정운영의 안정감을 만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도가 담겼다. 이 대통령은 내각을 단단히 다져 정권 초기 '국민통합'과 '경제 살리기' 급선무 과제부터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무총리 김민석, 비서실장 강훈식, 대변인 강유정
이재명 대통령이 6월4일 발표한 내각 인선의 첫 키워드는 '친명 그룹'이다. 국무총리 후보자로는 4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됐다. 이 대통령은 김 의원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며 "풍부한 의정활동 경험, 민생 정책역량, 국제적 감각과 통합의 정치력을 갖춘 인사로 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강경' 메신저로 활약해온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압승을 이끌었다. 또 지난해 10월 발족한 차기 대선 준비 조직 '집권플랜본부'의 총괄본부장으로서 대선 전략과 집권 초반기 구상을 수립했고, 이번에서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띄우며 이 대통령에게도 계엄 가능성을 가장 먼저 예고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2기'가 시작되면서 수석 최고위원직에 오르며 '신친명(新이재명)계'로 부상했다. 현재 민주당 전체가 친명계로 '뚜렷한 계파가 없다'는 평이 지배적인 가운데, 신명계는 '새로운 친명'으로 성남·경기 라인 중심의 '원조 친명' 계파와 또 다른 축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입지를 고착화하고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활동해왔다. 김 의원은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 의장을 지낸 '86 운동권' 출신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에는 '원조 친명' 3선 강훈식 의원이 임명됐다. 강 의원은 3년 연속 당선된 충남 아산시을 지역구를 포기하고 1973년생으로 70년대생 첫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강 의원에 대한 인선 배경을 두고 "대선을 총괄한 전략가이며, 경제·예산 전문성을 가진 국정 조력자가 될 것"이라는 총평을 전했다.
강 의원은 지난 대선부터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이 대통령을 도왔던 '전략통'으로 꼽힌다. 이후 이 대통령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았다가 이번 대선에서 총괄본부장으로 발탁되면서 '실용 인사'로서 자리매김했다.
대변인은 초선 비례대표 강유정 의원을 임명했다. 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의 문화·예술계 후보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지나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이던 시절 문화특보를 역임하며 이 대통령의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고려대 국어교육과 출신인 강 의원은 강남대 글로벌문화학부 한영문화콘텐츠 전공 교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 믿음사 편집위원, 고려대 연구교수 등을 지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경호처장. ⓒ연합뉴스
외교안보에 전문가 포섭…위성락 안보실장, 이종석 국정원장
이재명 정부 내각의 두 번째 키워드는 '전문성'이다. 안보실장에 위성락(비례) 민주당 의원, 국정원장 후보자로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을 각각 지명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협상에 촉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스트롱맨' 정상을 상대할 외교 책사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안보실장에 임명된 위성락 의원은 '베테랑 외교관'으로 꼽힌다. 위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당의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설계해왔다. 과거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대미 외교를 총괄하는 북미국 국장, 주러시아대사를 지내오면서 동북아 관련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정세 분석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 의원은 외교관 시절부터 북핵 문제를 두고 이념보단 실리를 강조하는 '현실주의' 전략가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면서도 지나치게 갈등 구조가 부각된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민주당의 '친중' 성격이 강하다는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선 미국의 대중 견제 동참 요구를 회피하지 않고 '적절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직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낸 '외교 책사'로 평가 받는다. 이 대통령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책임지며 국정원의 정보 수집 능력을 강화하고, 정보전달 체계를 혁신한 경험을 토대로, 통상 파고 속 국익을 지킬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또 "북한 문제를 연구하고 정책을 집행했던 전문성을 토대로,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 전략을 펼칠 인사"라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4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 대응을 위한 통상안보TF 1차 회의'에서 김현종 단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가 인선에 들어올 전문가는 누구…이한주·김현종·정은경 거론
1차 인선안에 거론되지 않은 전문가 그룹도 주목된다. 정책실장에는 민주당 싱크탱크를 이끌어온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거론된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과 시민운동 시절부터 약 40년간 함께 해온 '정책 멘토'로 불리며 이재명 정권의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대선을 앞두고 최고위원으로 발탁된 '경제통' 홍성국 전 의원도 주목할 인물이다. 홍 전 의원은 21대 국회의원을 지내기 전까지 증권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 받는다. 대우증권 평사원으로 출발해 리서치센터장,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후진적 정치구조의 한계'를 토로하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아 꾸준히 당의 경제 자문을 해왔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통상 사령탑' 김현종 전 차장은 외교부 장관직이 유력하다는 전언이다. 김 전 차장은 로펌과 국제기구 등에서 근무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발탁해 국내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2인자인 통상교섭조정관(1급)으로 첫 공직을 맡았다. 이후 통상교섭본부장, 세계무역기구(WTO) 한국 측 수석대표, 유엔(UN) 주재대사를 지내며 통상 정책을 주도했다.
'불도저' 성향으로 불리는 김 전 차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주도한 인물로도 꼽힌다. 그는 노무현 정부 통산교섭본부장 당시 한미FTA 타결의 핵심 역할을 했고, 문재인 정부에선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재기용되면서 한미FTA 개정 협상을 주도했다. 이후 국가안보실 2차장,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지냈고, 지난 2월 이재명 당시 대표의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는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총괄한 정은경 전 청장이 유력하다. 최근 중국 등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올여름 국내에서도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내에선 정 전 청장을 재기용하는 것이 적재적소 인사라는 데 이견이 없다는 분위기다. 정 전 청장은 이번 대선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22대 총선 당시에도 러브콜을 보냈지만 정 전 청장의 거절로 불발된 바 있다.
'정치적 2인자'를 두지 않는 성향이 강한 이 대통령은 비정치인의 인선도 적극 검토 중인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거론된다. 이외에도 내년도 6월 의장 임기가 종료되는 우원식 국회의장, 최근 오찬을 함께한 김관영 전북지사,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깜짝'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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