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형 "방위산업 4대 강국" 목표…컨트롤타워 신설
방사청 역량↑·R&D투자 세액감면 등 범정부 지원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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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글로벌 방위산업 4대 강국으로 만들겠습니다. K-방산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먹거리입니다.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AI 첨단기술로 무장한 K-방산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저성장 위기를 돌파할 신성장 동력이자, 국부 증진의 중요한 견인차임을 확신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내 방산산업 육성 의지를 강력히 밝혀온 바 있다. 핵심 전략은 '정부주도형'이다. 정부간(G2G) 협약으로 이뤄지는 방산 수출의 특성상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신설해 K-방산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방산강국 위해선…"범정부지원 필수적"

이 대통령은 그간 공약집과 유세 과정에서 K-방산을 '글로벌 4대 방산강국(G4)'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지속 밝혀왔다. 특히 그는 방산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범정부적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가안보실 내 방위산업담당관 직위를 경제수석실로 이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방위산업담당관이 금융을 통한 수출지원, 세제지원 등 보다 폭넓은 방산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통령 주재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를 정례화하고, 국내 조선분야 글로벌 수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담팀도 구성한다. 전담팀은 미국 해군함정 및 해안경비정 신규건조 및 유지보수운영(MRO) 수주를 추진하게 된다.

새 정부는 방위산업 생태계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방위사업청의 역량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복잡한 방위사업추진 체계를 간소화하고, 국방과학연구소 원천기술의 민간 이전 확대를 추진한다. 특히 방위사업청은 중소벤처기업부 사업영역조정과 업무를 벤치마킹한 사업조정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업체간 과다한 국내 경쟁을 지양하고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는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등 방위사업청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오랜 싸움을 의식한 정책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지난해 과도한 경쟁 탓에 호주의 'SEA 5000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는 10년간 110억 호주 달러(약 10조원)을 들여 신형 호위함 11척을 구매하는 사업이었는데, 국가별 1개 기업으로 연합한 독일·일본 업체에 주도권을 내줬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방위사업청의 의사결정도 탄력을 받아 대선 이후로 미뤄졌던 KDDX 등의 사업도 빠르게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래 작년 7월로 예정됐던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 과열로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당초 지난달 말 결정이 유력했던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도 지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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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종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사업조정제도는 방사청 개청과 함께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를 통해 업체간 자유경쟁에 맡겨왔던 방위산업에 다시 국가의 조정·개입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나오지 않았으나 개별 사업 추진과 결정에 있어 방위사업청의 역할과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AI 기술력 더해 경쟁력 높인다

새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대폭 삭감된 R&D 예산 복원뿐 아니라 AI(인공지능) 등 방산 R&D(연구개발) 분야에서의 국가투자 확대도 예고했다. 적극적인 R&D를 통해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개발과 전력화를 이뤄냄으로써, '모방'이 아닌 '주도'로 글로벌 방산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 양상의 극명한 변화를 그대로 보여줬다"며 "첨단 과학기술에 비례해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전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R&D 국가 투자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방산수출기업의 R&D 투자세액 감면을 앞세웠다. 이와 함께 방산 지원 정책 펀드를 확대해 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구상이다. 국방과학연구소 내 국방인공지능센터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능형 무기체계를 전력화함으로써 국방 AI 첨단기술기반 구축에 힘쓰는 한편, KF-21 후속 차세대 전투기와 독자 기술 기반 항공 엔진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방산업체로부터 신개념 무기체계 또는 사업추진전략을 제안받는 '이노베이션 마이닝(Innovation Mining) 제도도 도입한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세종은 "해당 제도는 방사청의 '신속시범사업'과 함께 민군기술협력에서의 Spin-on(민간기술의 국방기술로의 이전)과 Spin-up(국방과 민간기술을 동시에 개발하거나 제조)을 더욱 활성화해 첨단기술을 국방기술에 신속히 적용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방산업체들의 자체 R&D투자는 물론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과의 협력 또는 M&A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며 행정체계가 안정을 되찾고 정책 이행에 따라 수출지원 인프라가 강화되면, 국내 방산 기업들의 수출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산업으로 부상한 방산 사업에 대해 대통령도 해당 산업을 위한 지원을 아까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해외 수주가 탄탄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산업별 지원 강화와 규제 해소는 기존 주도 산업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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