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내려오자마자 충돌
전기차 세액공제 담긴 감세안 놓고 이견 표출
트럼프 “머스크, 전기차 세액공제 줄여 반발”
머스크 “세액공제 아닌 역겨운 특혜조항 문제”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브로맨스’를 보여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양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공화당 세제 개편안, 특히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 문제를 두고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들의 정부 계약과 보조금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테슬라 주가는 5일(현지시간) 장중 15%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라며 “나는 바이든이 왜 그걸 하지 않았는지 항상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겨냥한 것으로, 이들 기업은 그간 미국 정부의 계약과 보조금으로 큰 수혜를 입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는 이날 하루 내내 상호간 설전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입법 과제인 공화당 세제 개편안에 대해 머스크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게시글에서 “일론은 점점 버거워졌고, 나는 그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모두가 원하지도 않는 전기차를 강제로 사도록 했던 전기차 의무 조항을 없앴다(그는 내가 그걸 몇 달 전부터 하려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미쳐버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머스크의 비판에 “실망스럽다”고 밝혔으며, EV 세액공제 축소가 머스크의 반발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독일 메르츠 총리와 백악관 회담에서도 “그가 세제 개편안에 반대한 것은 (세제 개편안에서) 전기차 세액공제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론에게 정말 실망했다. 나는 그를 많이 도와줬다”며 “그는 내게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줬고, 아직까지 나를 직접적으로 비난하진 않았지만, 다음엔 아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발언에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반격했다. 그는 “정말 배은망덕하다”며 2024년 대선 당시 공화당에 재정적으로 지원했음을 언급했다. 그는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대선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으며 상원도 51-49로 공화당이 밀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또 “나는 세액공제를 줄이는 것 자체는 괜찮다”면서도 “문제는 법안에 포함된 ‘역겨운 특혜조항(pork)’ 덩어리”라며 감세안 전체에 반대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논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 역할을 했던 머스크가 퇴임 이후 트럼프와 명확히 갈라선 것을 보여준 사례다. 머스크와의 급속한 결별은 최근 몇 주 사이 빠르게 전개됐다. 불과 지난주만 해도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머스크를 위한 행사를 열고 그의 공로를 치하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트럼프의 일명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Big Beautiful Bill)’’에 대해 미 연방 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비판해 오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이 법안은 테슬라 등 일부 전기차 모델에 적용되던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2025년 말 종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로선 2032년까지 유지된다. JP모간에 따르면 이는 테슬라의 연간 순익에 약 12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일론은 이 법안의 작동 방식에 대해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고, 그건 우리가 EV 의무 조항을 축소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였다”고 말했다.
이에 머스크는 “이 법안은 단 한 번도 나에게 보여진 적 없고, 의회 의원들조차 제대로 읽을 수 없을 만큼 밤중에 급히 통과됐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NASA 국장으로 지명하려 했던 자레드 아이잭먼이 민주당에 기부했던 이력이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머스크가 추천한 인물이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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