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순간 느껴지는 감동과 전율… “오케스트라 한 번 더 열어야겠네”
전투, 서사, 연출 등 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DLC였다. 2023년 'P의 거짓'을 처음 만났던 순간과 플레이에서의 감동을 2년 만에 다시 느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재미와 앞으로의 기대감까지 얻었다.
특히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에서 끝없는 논쟁 요소인 난도 분할은 호평 포인트였다. 흔히 어려운 난도가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의 진정한 재미라고들 하지만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에게는 진정한 재미는 커녕 시작하자마자 게임 삭제 버튼에 커서를 올릴 수밖에 없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전통을 고수한다는 고지식한 집념이 장르를 더욱더 마니악하게 만들었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고 적응해야 비로소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법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네오위즈의 과감한 시도는 엄지를 치켜세울 만하다.
칭찬할 거리가 가득한 P의 거짓: 서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단연 음악이었다. 본편에서도 음악에 매료되어 반복 죽음의 고통을 견뎌내고 끝내 엔딩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에 DLC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어떤 음악을 기다릴까 기대했다.
P의 거짓의 음악을 키워드로 표현하면 '잔잔함'과 '웅장함'이다. 암울한 세상 속 유일한 휴식처인 크라트 호텔에서는 잔잔한 멜로디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서로의 생존을 건 싸움에서는 웅장한 합주곡이 전율을 일깨워 주는 식이다.
본편의 음악을 다시 떠올려보자. P의 거짓 명불허전 최고의 곡이라 할 수 있는 'Feel'은 잔잔한 멜로디 속에 암울한 세계관, 평화를 향한 갈망, 인간성이 상실된 세계에서 타인과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 등 다양한 의미와 감정선을 내포했다. 듣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든다.
반면 보스 BGM인 Dreadful March, Nameless Chaos, King of Puppets Boss Theme 등은 웅장하면서도 압도적인 리듬에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전투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여기에 The Grand Exhibition Theme와 같은 빠른 템포의 음악은 클래식풍 BGM과는 또 다른 매력을 자랑하며 심박수를 높이고 전투의 흥을 북돋웠다.
많은 게이머가 P의 거짓 음악에 찬사를 보낸 이유다.
- Lies of P OST 'Lisrim'
DLC 음악은 보통 서글픈 피아노 도입부에서 바이올린 현학 합주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구조로 제작됐다. 트레일러 OST가 대표적이다. 초반에는 본편의 엔딩을 떠오르게 만들고 클라이맥스의 합주 부분에서 P의 새로운 여정을 기대하라는 듯한 메시지를 전한다.
트레일러에서 생긴 음악의 기대감은 플레이까지 갈 것 없이 메인 메뉴 화면에서 충족됐다. 게임패드를 든 채 멍하니 음악에 귀를 기울였던 게임은 오랜만이다. 고양이 OST로 불리는 'Lisrim'은 새로운 장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곡이다.
보스들의 OST도 만족스러웠다.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키워드를 나열하지 않겠다. 다양한 보스 중 캐릭터 콘셉트와 음악이 조화롭게 맞물린 인형사가 가장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P의 거짓 특유의 클래식 계열 BGM이 급박한 전투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뚜렷하게 들렸다.
최종 인상을 결정짓는 엔딩곡도 훌륭했다.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합창단의 소리에 보스의 공격 소리가 임팩트로 작용하면서 멋진 전투 사운드를 선사했다. 최지원 라운드8 P의 거짓 디렉터의 음악 철학이 DLC에서도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다. 게임을 즐기면서 다시 오케스트라에서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했다.
리뷰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P의 거짓: 서곡'은 DLC의 본보기가 될 만한 작품이었다. 서사적으로는 모든 것을 마무리 짓기보다는 본편에서의 의문을 해소함과 동시에 새로운 궁금증을 남기며 여운을 더했다. 시스템적으로는 본편의 정수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과감한 시도와 의미 있는 개선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 요소를 넘어 플레이어의 감정선과 서사를 유기적으로 이끄는 강력한 장치였다. 옷을 어떻게 입으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 보이듯, 음악 하나만으로 게임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네오위즈는 이번에도 증명해냈다.
속편의 이야기, 또 다른 선율.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로 충분한 DLC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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