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추진된 물가대책에도 오른 식품가격…"실태 파악 우선"
당국, 물가관계차관회의 등 통해 실질적인 물가 안정 방안 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TF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임용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라면값을 직접 거론하며 물가 안정 대책을 지시함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당국이 물가 관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당국은 물가관계차관회의 등을 통해 최근 급등한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가격 안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연초부터 내세운 각종 대책에도 쉽사리 식품물가가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9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한다.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라며 "물가 문제가 우리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니, 현황과 가능한 대책이 뭐가 있을지 챙겨서 다음 회의 이전에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물가는 식품 위주로 상승세를 보였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9% 올랐으나, 식품은 3.0%, 가공식품은 4.1% 상승했다. 비상계엄 직전인 2024년 11월 대비 집계 대상 가공식품 73개 중 52개(72%)의 가격이 상승했다.
그중 이 대통령이 지적한 라면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6.2% 올랐다. 현재 26종 이상의 라면·컵라면이 2000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전체 조사 대상 458품목 중에선 오징어채가 5월 기준 전년동월 대비 50.5%로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물가 상승 폭 상위 50개 품목 중 32개는 식품으로 △보리쌀 44.6% △무 26.7% △초콜릿 22.1% △김치 13.2% 등이 큰 폭으로 올라 밥상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미 정부가 할당관세, 소비자 할인 지원, 업계 대상 인상 자제 요청 등 정책 수단을 연초부터 시행했지만, 물가가 잡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농식품 대상 소비자 할인 지원을 설 연휴에 700억 원 규모로 시작한 후, 3~4월에는 가격 급등 농산물, 5~6월에는 국산 농산물 전품목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물가 당국은 연초부터 식품업계와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열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60여개 식품 기업이 원부자재, 인건비 등 생산비 인상,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정치적인 혼란을 틈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물가 상승에 불씨를 제공했다.
같은 기간 국제 곡물시장 가격은 전반적인 공급 증가와 수요 증가로 가격이 낮아지거나 보합세였다.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산정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도 124~127포인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지난해 연말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실태조사를 통해 명확한 근거를 먼저 확보하고 물가 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확히 실태를 파악해 국정 공백을 틈탄 업체의 과도한 가격 인상인지, 원재료 가격 인상 영향인지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과거 방식으로 소비자 할인 지원을 하면 오히려 기업의 가격 인상을 도와주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1%대로 내렸지만, 유독 먹거리 물가만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3년 일부 업체가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던 라면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해 1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라면을 정리하고 있다. 2025.6.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당국은 수입물가와 축·수산물 수급 상황, 관세 영향 등을 점검 중이다. 조만간 물가관계차관회의를 통해 수급 안정, 유통 효율화 등 실질적인 물가 안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특히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차질이 국내 치킨 원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비상경제점검 TF에서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가공식품 위주로 저희가 (물가를) 좀 눌러놨던 것들이 오른 부분이 있다"며 "걱정되는 부분이 계란과 닭고기다. 특히 닭고기는 브라질 쪽에서 순살치킨용으로 많이 수입하는데,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잘못 대응하면 급등 우려가 있다"고 보고했다.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함에 따라 한국 검역 당국은 지난달 17일부터 닭고기 전면 수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지난해 기준 한국 닭고기 수입의 86%를 차지한다. 2~3개월분의 물량이 재고로 확보된 상황이라 당장의 수급 불안정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정부는 국내산 생산 확대, 고병원성 AI 미발생 지역의 브라질 닭고기 수입 재개 등을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지역별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신속하게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며 "현재는 지역 단위로 수입할 경우의 위험성을 평가해 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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