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야당일 땐 왜 반대했나"
주진우·나경원 "상호견제 위해 법사위원장 넘겨야"
조승래 "그럼 민주당이 야당일 땐 왜 반대했느냐"
21대 국회 후반기 채상병 특검 상정 330일 넘게 걸려
민생입법은 물론, 검찰·사법개혁 법안 위해 법사위 필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제사법위원장 교체' 요구를 일축하며 정권초 '입법 드라이브' 시동을 예고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야당 또는 제2당이 맡는 것이 국회의 관례라고 하지만, 민생입법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꼽히는 사법·검찰개혁 추진을 생각하면 법사위를 내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9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교체 요구에 대해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대로라면 왜 우리(민주당)가 야당일 때 법사위를 맡는 것을 반대했느냐"며 "그 때는 (민주당이) 원내 제1당이라 안 된다고 했으면서 지금은 야당이 많다는 이유로 돌려달라는 것인데, 논리에 일관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전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행정부 견제를 위해 이제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며 "헌정사 줄곧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상호 견제를 위해 다른 정당이 맡아왔는데, 민주당이 이 관행을 무시하면서 여야 협치는 사라지고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칠 법안도 숙의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이 글을 공유하며 "거대 여당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독식한 채로는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논리대로, 행정부 견제를 위해 법사위원장은 반드시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뿐 아니라 법사위원들도 여기에 선을 긋고 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피식 웃음이 났다. 난 반댈세"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서영교 의원도 "상임위는 2년 단위로 협상을 하는데, 1년이 지나서 원내대표가 바뀌었다고 법사위원장을 내놓으라 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당시 민주당은 '정부·여당 견제와 법안 처리'를, 국민의힘은 '원내 제1당에서 국회의장을, 제2당에서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이 관례'라는 논리를 각각 내세우며 정면 충돌했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법사위는 수적 우위에 있었던 민주당이 가져갔다.
당시 민주당이 법사위를 고집한 이유는 21대 국회에서 정국의 뇌관 중 하나였던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등 각종 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때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가져갔다가, 후반기엔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넘기는 중재안에 합의했다. 그 결과 채상병 특검법은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을 거쳤는데도 본회의 상정까지 330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반면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22대 국회에선 하루 만에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지난달 7일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을 중지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하루 만에 통과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6.3 조기대선 승리로 여당이 된 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할 여러 입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필요도 있다. 정권초 개혁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계속해서 법사위원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여권의 시각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뒤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지역사랑상품권법 등의 본회의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모두 윤석열 정부 시절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되거나 국민의힘이 강력 반대하는 법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강조하기도 했던 상법 개정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법사위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광수 민정수석 임명 이후 추진될 검찰·사법개혁 측면에서도 법사위는 필수적이다.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 수석 임명 관련 우려에 대해 "사법개혁은 법과 제도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검찰·법원 등에 관련된 법안은 모두 법사위 소관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위해선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민생입법뿐만 아니라 법사위 자체적으로 심사해야 할 법안도 쌓여 있는 상황에서, 법사위를 내줌으로써 개혁의 '골든타임'을 뺏길 수 없다는 시각도 다분히 반영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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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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