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의 인공지능 칩 ‘어센드’
‘과도한 수출통제’ 부각 노린 듯
“화웨이 칩은 대단하지 않고, 미국보다 한 세대 뒤처져 있다. 미국이 화웨이의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
런정페이(81) 화웨이 창업가 겸 최고경영자(CEO)가 1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자사 인공지능(AI) 칩 ‘어센드’와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통상 자사 제품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것과 달리, CEO가 직접 자사 기술 수준을 낮춰 말한 것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가 겸 최고경영자(CEO)
런 CEO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지난달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에 내린 수출 통제가 과도하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첨단 AI 칩에 이어 엔비디아의 ‘H20’ 같은 중국 수출용 저(低)사양 칩까지도 수출 통제를 강화해오자 화웨이는 자체 AI 칩 어센드를 개발해왔다. 이에 대해 지난달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전 세계 어디서든 어센드 칩을 쓰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당시 중국은 “일방적 괴롭힘”이라고 반발했다.
현재 미국에선 화웨이의 ‘어센드’에 대해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100’과 비슷한 성능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런 CEO는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아직 그렇게 대단하지 않으며 열심히 해야 그들의 평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런 CEO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 고성능 칩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언급했다. 그는 “수학적 방법으로 물리학을 보충하고, 거대 연산 기술로 단일 칩의 기술을 극복해 실질적 결과를 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대안을 찾아 돌파구를 만들고 있음을 내비쳤다. 런 CEO는 또 “중국은 중저급 칩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수십 수백 개 칩 회사가 모두 아주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런 CEO는 화웨이의 전체 연구·개발(R&D) 비용의 3분의 1을 순수 기초 이론 분야에 쓰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지난해 R&D 지출액은 약 35조원으로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그는 “11조5000억원을 기초 이론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며 “기초 이론 연구는 일반적으로 10년, 20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리지만 투자하지 않으면 뿌리를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런 CEO의 발언과 달리 중국의 AI 칩 기술이 미국을 위협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는 “아직 미국 칩에 비해 화웨이 칩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중국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속도와 투자, 인력 규모를 보면 미국이 충분히 위기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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