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인조이' 접속자 수 급감…배그 그림자 못 벗어나나
'리니지' 이후 엔씨 고민과 겹치며 사업다각화 어려움 시사
인조이(크래프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크래프톤(259960) 신작 인조이(inZOI) 이용자 수가 출시 두 달여만에 눈에 띄게 줄었다. 이 게임은 '제2의 심즈'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리니지 이후 흥행작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던 엔씨소프트(036570)의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 이에 따라 대형 게임사들이 겪는 '메가 히트작의 딜레마'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스팀(Steam) 통계에 따르면 10일 오후 2시 기준 인조이 동시 접속자 수는 867명이다. 이는 3월 28일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 출시 직후 최대 동시 접속자 수(8만 7377명)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인조이'는 크래프톤이 올해 3월 선보인 라이프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용자는 '조이'라는 아바타를 만들고 친구를 사귀며 게임 속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CPC 기술과 250개 이상의 커스터마이징 옵션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배틀그라운드'로 슈팅 게임에 집중된 크래프톤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시도였다.
게임은 출시 직후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며 크래프톤 게임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보였다. 배동근 크래프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인조이의 성과는 크래프톤이 지속 가능한 게임사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프랜차이즈 IP를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중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사업의 전략과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 인조이는 여러 파이프라인 중 하나"고 말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올해 1월 사내 소통 프로그램에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신작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프랜차이즈 IP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2018.5.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런 딜레마를 겪고 있는 회사는 크래프톤뿐만이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1998년 '리니지'를 출시하며 국내 MMORPG 시장을 개척했다.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상징이자 독보적 수익원 역할을 하며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그러나 리니지의 성공은 동시에 엔씨소프트에 '리니지 회사'라는 인식을 남겼다.
리니지의 성공은 강력한 과금 모델과 사용자 간 경쟁에 기반했다. 엔씨는 이를 통해 충성도 높은 사용자층을 확보했으나, 다양한 수익 모델 다각화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올해 1분기 엔씨소프트 모바일 게임 매출의 약 98.7%는 리니지 시리즈(리니지M·2M·W)가 차지했다. PC 온라인게임 매출의 절반가량(49.7%)은 리니지와 리니지2에서 발생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이후에도 여러 신작을 선보였다. 그 결과 '블레이드앤소울', '아이온' 등 굵직한 IP가 탄생했다. 하지만 리니지를 뛰어넘는 대중적 성과를 내지는 못했고, 이는 기업 가치 평가 등에 영향을 미쳤다.
엔씨소프트는 계속해서 '리니지 회사'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노력 중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작 '아이온2'가 리니지 라이크와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메가 히트 딜레마' 극복 방법으로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피벗' 전략이나 게임 이외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2년 보고서를 통해 게임 사업 이외에도 안정적인 수익 채널을 확보하고 사업 초점을 전환하는 '피벗' 전략을 돌파구로 제언했다.
일례로 '위닝 일레븐', '메탈 기어' 등으로 유명한 일본 게임사 코나미는 게임 외 유통 그룹과 스포츠 헬스케어 사업을 인수하며 기업 가치를 높였다.
minjae@news1.kr
<용어설명>
■ CPC
Co-Playable Character.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기술로, NPC(Non-Playable Character)와 달리 사용자와 자율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현실적인 행동과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게임 이용자는 더욱 몰입감 있는 환경에서 예측 불가능한 경험을 할 수 있다.
■ 파이프라인
공장의 생산 라인처럼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준비되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용어. 통상 게임사가 개발 중이거나 출시 예정인 게임 목록이나, 제약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R&D) 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 목록과 진행 단계 등을 뜻함.
■ MMORPG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의 약자로, 수많은 플레이어가 동시에 온라인 가상 세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즐기는 게임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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