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고객사에 샘플 출하…SK하이닉스가 3개월 빨라
엔비디아 HBM4 최종 공급 선점 경쟁…TSMC 협력도 강화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글로벌 3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미국 마이크론이 주요 고객사에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HBM4'의 샘플을 공급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HBM4 샘플을 공급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HBM4가 D램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만큼 고객사 최종 납품과 최초 양산 타이틀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 HBM4 이미지 [마이크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10일(현지시간) 주요 고객사에 36기가바이트(GB) 용량의 12단 HBM4의 샘플 공급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HBM4를 10나노급 5세대(1b) D램을 쌓아 제조했으며, 이전 세대인 HBM3E(5세대)보다 성능과 전력 효율이 각각 60%, 20% 이상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서 만든 AI 칩의 필수 메모리다. HBM4는 내년부터 AI 반도체에 본격적으로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HBM4의 시장 지배력을 가진 업체가 전체 D램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HBM4의 공급 능력이 향후 시장 경쟁에서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밝혔고, 트렌드포스도 내년 하반기에 HBM4가 HBM3E를 제치고 주류 설루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몇 년 사이 HBM이 회사 실적을 책임지는 대표 제품으로 떠오른 만큼,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AI 큰손' 엔비디아를 겨냥한 HBM4 양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고객의 차세대 AI 플랫폼 양산 일정과 발맞춰 2026년 HBM4 양산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이 언급한 고객의 AI 플랫폼은 엔비디아가 3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서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고 공개한 '루빈'으로 추정된다.
루빈은 엔비디아 AI 칩 중 처음 HBM4가 탑재되는 제품으로, HBM4 시대를 열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컴퓨텍스 2025'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타이베이=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전시된 HBM4에 사인하고 있다. 2025.5.20 burning@yna.co.kr
다만 HBM4에서도 SK하이닉스가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해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언급한 바 있어, 최종 납품도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HBM4 시장이 개화하면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 중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36.9%의 점유율로 삼성전자(34.4%)를 앞지르고 1위를 차지했으며, 마이크론은 전 분기 대비 점유율이 3%포인트 오른 25%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아울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협력을 두고도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HBM4부터는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다. 때문에 자체 파운드리 역량을 보유하지 않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TSMC 주최로 개최된 기술 심포지엄에 참가해 로직 다이 생산에 TSMC의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했다는 점을 소개하며 양사 간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마이크론도 최근 HBM 인재 확보와 류더인(劉德音·마크 리우) TSMC 전 회장을 이사회에 임명하는 등 HBM4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4 샘플 공급 소식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 하반기 HBM4 양산을 통해 신규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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