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임단협 결렬로 설립 후 첫 파업
이날 부분 파업은 네이버 노조와 연대 진행
지난해 네카오 노조 과반 넘겨…입김 세져
빠른 의사결정 요구되는 IT…경영 차질 우려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지난 3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서 콘텐츠 CIC(사내독립기업) 분사매각 철회와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프로젝트 단위 업무가 많고 이직이 잦은 IT(정보기술) 산업 특성상 '노조(노동조합)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판교에 노조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기술 기업이자 지난해 과반 노조가 탄생한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나 단식농성, 파업 등 노조의 강성화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IT 산업 특성상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개편 등이 요구되는데, 노조가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자칫 미래 경쟁력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이날 노조 창립 후 처음으로 2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한다. 이를 시작으로 18일 4시간 파업 및 집회, 25일 하루 전면 파업할 예정이다. 파업에는 화섬식품노조 산별 연대도 참여할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노사는 연초부터 임단협 협상을 이어갔으나 결론을 못 내고 지난 3월 협상을 중단했다. 이후 진행된 노동위원회 조정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날 진행하는 파업은 같은 날 정오부터 진행된 네이버 노조와 연대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마찬가지로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소속인 네이버 노조는 2021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로 복귀한 것을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파업에는 카카오모빌리티 직원 1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전체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914명이다. 점심 시간인 1시간 30분에 부분 파업 2시간을 더해 오전 11시 30분부터 3시까지 총 3시간 30분 동안 네이버 노조의 집회를 도와주는 형태로 파업할 예정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기업 규모가 커져가며 노조 영향력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실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작년 10월에는 카카오 노조가 가입률 과반을 달성했고, 곧이어 네이버 노조도 과반을 넘겼다. 노조 가입률이 50%를 넘기면 사측 검증 확인을 거쳐 노사협의체에 근로자위원을 위촉할 권한이 생긴다. 임금협상이나 보상 문제 등 사측과의 협상에서 전보다 의사결정이나 발언에 힘이 실리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태동기를 벗어나 성숙기에 접어든 IT산업계가 겪는 당연한 변화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기업들이 다수인 만큼 기업과 산업이 커졌는데도 분사나 경영진 영입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극소수 경영진들끼리만 결정하는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경영진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노조 영향력 확대와 노사 갈등 격화가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까 경계하고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AI 시대에 전사 역량을 집중해 전진해야 할 시기인데, 노조가 오히려 회사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IT는 산업 특성상 경영진들의 기민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데, 노조의 경영 개입이 기업 고도 의사결정에 차질을 줘 경쟁력 확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개발 경쟁 속 분주하게 살 길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려는 더욱 크다. 내부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한편, 외부 투자나 협력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섰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올해부터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복귀해 직접 AI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빅테크와 기술 스타트업 성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네트워킹 행사를 열고 투자법인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인재가 모인 북미 시장에서 AI 중심 투자를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검색, 광고, 쇼핑 등 네이버 서비스 전 영역에 AI를 접목하는 '온 서비스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에 'AI 메이트 쇼핑', 'AI 메이트 로컬' 등 기능을 추가해 앱을 고도화하는 한편, 오픈AI와 협업해 카카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로, 카카오 AI 수익화의 선봉장이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루가 달리 트렌드가 변하는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역량을 쏟아야할 시점인데 노사 갈등으로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식으로 경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IT업계 특성상 노조 이슈가 드물었고, 최근 몇 년 들어 규모가 커지며 움직임이 거세지는 양상이라 카운터 파트너로서 노조와 노사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 대응책을 세워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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