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감염병 매개체 감시·방제 중장기 5개년 계획' 발표
권역별 매개체 감시 거점 16개→30개 이상 확대
11일 충북 오송청사에서 열린 제2회 건강 브리핑에서 지영미 질병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질병청 제공) 2025.6.11/뉴스1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근거 기반 방제 사업 결과, 방제 수행 횟수가 줄었는데 모기 발생이 줄고 시민 민원도 60% 넘게 감소했습니다."
정부가 기후변화에 따른 모기·진드기 등 매개체로 인한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역대 처음으로 매개체 감시·방제 5개년 로드맵을 구축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감시장비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매개체 발생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통해 감염병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데이터에 기반한 종합체계를 마련한다.
질병관리청은 11일 충북 오송청사에서 제2회 건강 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감염병 매개체 감시·방제 중장기 계획(2025~2029)'을 발표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감염병 매개체의 서식지와 활동기간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매개체 전파 감염병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감염병 발생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지속 가능한 감시·방제 체계를 구축하고자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감염병 매개체는 바이러스나 세균, 기생충 등 감염병 병원체를 보유해 사람이나 동물과 같은 숙주에 전파하는 모기·진드기 등 운반체를 말한다. 바퀴나 빈대와 같은 위생해충과는 구분된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평균기온이 약 1.4도 상승함에 따라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시기도 약 16일 빨라졌고 모기와 진드기의 활동기간도 봄부터 늦가을까지 확대됐다. 국내 쯔쯔가무시증 주요 매개체인 활순털진드기도 2020년대 들어 분포지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온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진드기류가 서식지를 확장한 결과다.
또한 오로푸치열(등에모기 매개)와 오즈바이러스(참진드기 매개) 등 해외 신·변종 병원체와 뎅기열 등 해외 감염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도 증가하면서 매개체 전파 감염병의 관리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전세계 최초로 질병관리청에서 개발한 모기 자동분류 장비(AI-DMS) (질병청 제공) 2025.6.11/뉴스1
중점 전략은 △국가 매개체의 감시체계 고도화 △기후변화 대응 매개체 감시 강화 △매개체 감시·방제 인프라 확충 △감시와 방제의 연계 강화 등이다.
먼저 권역별 매개체 감시 거점을 기존 16개에서 30개 이상으로 확대해 매개체 발생과 밀도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전국적 감시망을 구축한다.
특히 질병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모기 감시장비(AI-DMS, Artificial Intelligence-based Daily Mosquito monitoring System)와 밀도 자동 계측 장비(DMS)를 감시 현장에 적용해 '스마트 감시체계'를 구현한다.
매개체 발생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매개 모기 발생 밀도 변화를 파악하고 종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희일 매개분석과장은 "현재 전국에 5곳에 설치돼 있으며 5종의 모기를 감시·분석 중인데 앞으로 장비 수와 매개체 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지 청장은 "AI-DMS의 현장 적용을 통해 감시 소요 기간이 기존 7일에서 24시간 이내로 단축된다"고 말했다. 해당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협력 사업을 통해 올해 아프리카 1개국에 우선 적용하고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동남아시아 3개국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 유입 매개체를 조기에 탐지하기 위해 제주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감시센터'를 설치한다. 특히 공항·항만 등 해외 유입 매개체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감시를 강화해 대응력을 높인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농촌진흥청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매개체 감시를 위한 고공 포집기의 부처 간 공동 활용을 확대한다.
이러한 감시 결과를 기반으로 방제를 실시하는 근거 중심 매개체 방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이희일 과장은 "모기 발생량에 따라 방제 체계를 세우는 것이 근거 중심 방제"라고 설명했다. 즉 모기 발생량과 상관없이 방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제 횟수 등을 정할 경우 더 효율적인 방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2023년 근거중심 매개체 방제 사업 결과, 기존 주기적 방제 수행보다 방제활동이 59.9% 감소했음에도 모기 발생은 23.1%가 줄었다. 민원 발생은 63.3%나 감소하는 등 효과를 보였다.
끝으로 매개체 감시·방제 인프라도 확충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생산한 매개체 감시정보를 통합해 매개체 감시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역별·시기별 매개체 발생 정보 등 국민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매개체 자원은행을 만들어 학계 및 산업계에서 연구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자원 분양 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기존에 연구관이 현미경으로 모기 종을 식별해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AI-DMS 기술 도입으로 실시간 자동분류가 가능해졌다.(질병청 제공) 2025.6.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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