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에 양형 조사 요청…항소심 들어 반성문 59회 제출
내연녀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양광준. 강원경찰청 제공
내연관계에 있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군 장교 양광준(39)이 항소심에서 “형이 무겁다”고 항변했다.
11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 이은혜) 심리로 열린 살인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양광준 측은 재판부에 양형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과거 군인으로서 성실하게 근무했던 경력과 가족들의 생활 형편을 조사해 이를 양형에 참작해달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양형 조사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미 수사기관에서 비슷한 조사를 진행한 점과 양광준이 사건 이후 이혼한 점을 고려해 전처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 양광준의 부친을 통해 양형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양광준의 변호인은 “계획 범행으로 판단된 내용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주장을 파워포인트(PPT) 자료로 정리해서 다음 공판에서 최후변론 때 발표하기로 했다.
양광준은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자신이 근무하던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A(33)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이튿날 오후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양광준은 경기 과천시에 있는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진)으로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았으며, A 씨는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임기제 군무원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 양광준은 범행 당일 아침 출근길에 연인관계이던 A 씨와 카풀을 하며 이동하던 중 말다툼을 벌였고, A 씨와의 관계가 밝혀지는 것을 막고자 범행을 저질렀다. 이미 결혼해서 가정이 있는 양광준과 달리 A 씨는 미혼이었다. 양광준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가족과 지인, 직장 등에 문자를 보내 피해자가 살해당한 사실을 은폐하려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양광준은 법정에서 “피해자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언행과 욕설, 협박으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를 느끼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계획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잘못을 후회하면서 반성문을 냈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부담감과 괴로움을 토로하면서 우발 범행임을 변소하고 있다”며 “본인이 저지른 범행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광준은 1심에서는 반성문을 7차례 제출했지만, 항소심 들어 59회 제출하며 매일 같이 반성문을 내고 있다. 양광준은 이 사건 이후 군 당국으로부터 ‘파면’ 처분을 받았다. 다음 공판은 7월 23일 열린다.
노기섭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