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드마타(오른쪽) 넷플릭스 영어 더빙 팀 시니어 매니저와 로베르토 그라나도스 넷플릭스 중남미 더빙 디렉터가 12일 서울 한국콘텐츠진흥원 홍릉 캠퍼에스에서 열린 더빙 워크숍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존 드마타(오른쪽) 넷플릭스 영어 더빙 팀 시니어 매니저가 발표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폭싹 속았수다'에 빠진 브라질 가수 알시오니. 넷플릭스 제공
# 넷플릭스 한국 첫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은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과 뮤지션의 꿈을 접어둔 제이의 로맨스를 그렸다. 배우 김태리와 홍경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는데 영어 더빙에도 힘을 실었다.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 노래가 더해져 영어 더빙이 어려웠다. 음악과 가사를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음절 수까지 맞추는 작업에 도전하는 제한된 환경에서 영어 더빙이 한국 원어보다 더 많이 시청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한국적 문화를 담으면서도 더빙을 통해 전세계에 통하는 K-콘텐츠의 힘을 나타낸 사례로 꼽힌다.
12일 '국제 더빙의 날'을 맞아 넷플릭스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K-콘텐츠 글로벌 더빙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부터 13일까지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홍릉 인재캠퍼스에 열린 이 행사에는 콘텐츠 산업 종사자와 예비 인재 약 100여명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게임'과 '폭싹 속았수다' 더빙 사례가 소개됐다. '오징어게임2' 극 중 타노스를 연기한 탑(최승현)의 랩 연기는 라임을 살린 랩핑으로 재해석해 맛깔나는 연기로 귀를 사로잡았다. 전세계 18개 언어로 더빙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엄마와 딸의 감정선을 살리는 한국어 자장가를 원곡의 리듬을 살리면서도 각 언어로 감정선이 살아 있도록 더빙을 했다. 특히 한국과 끈끈한 가족애라는 정서가 맞는 브라질에서는 삼바 아이콘 알시오니가 이 작품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대표곡을 한국어로 열창했다.
성우 겸 배우로도 활동했던 존 드마타 넷플릭스 영어 더빙 팀 시니어 매니저는 "넷플릭스에서는 더빙은 선택이 아닌 기본 방식"이라며 "36개 언어권에서 자막보다 더빙이 최대 16배 선호된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시즌1을 기점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전세계에서 한국 콘텐츠 영어 더빙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이 기세를 타고 오징어게임2에서는 배우 입 모양의 일치까지 구현할 정도로 더빙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더빙의 핵심은 기술보다 '감정의 전달'이다. 드마타 매니저는 "더빙은 번역의 흔적 없이 이야기만 남겨야 하며, 몰입감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며 "음성과 캐릭터의 싱크로율, 문화적 뉘앙스를 얼마나 섬세하게 살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의 영어 더빙을 담당한 한국계 미국인 성우 그렉 천은 대사와 대사간 쉼표까지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로 문장 구성이 완전히 다른 영어와 한국어의 간극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는다.
넷플릭스에서 비영어권 콘텐츠는 전체 시청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중 한국 콘텐츠는 비영어권 콘텐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K-콘텐츠 더빙의 글로벌 성공 사례로 꼽히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총 18개 언어로 더빙됐다. 오징어게임1은 첫 론칭 이후 13개 언어로 더빙했는데, 시즌 2에서 요청이 늘어 20개로 더빙 언어가 늘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예상치 못한 흥행에 빠르게 더빙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최대 36개 언어로 자막과 더빙을 지원한다. 한 작품당 평균적으로 10개 언어 이상 더빙을 제공한다. 하나의 언어 더빙에만 50~60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등 더빙은 콘텐츠 산업 전체에 파급력을 끼치는 요소로 꼽힌다. 각 국가별로 더빙 제작 방식이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0개 가량의 에피소드가 있는 작품이면 8주~10주 가량 시간이 걸린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는 더빙 수출 팀이 3명, 수입 팀이 1명으로 구성됐다. 넷플릭스는 각 국가별 파트너사와 협업해 '크리에이티브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언어·문화·표정·바디랭귀지까지 포함한 심층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자막을 선호하는 한국과는 달리 세계적으로 더빙 콘텐츠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는 더빙 시청이 일반적이고 미국에서도 더빙 콘텐츠 소비가 증가세다. 가령 프랑스어·독일어처럼 문장이 길고 복잡한 언어에서는 자막보다 더빙이 더 편하다고 느낀다. 남미는 가족 단위로 시청하는 문화가 있어 부모 세대까지 아우르려면 더빙은 필수 요소가 된다. 이와 함께 집안일이나 운동 등 '멀티태스킹' 환경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더빙 콘텐츠는 '눈이 아닌 귀로도 즐기는'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 또한 K-콘텐츠 글로벌 진출을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더빙 등 현지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더빙이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감정과 문화를 전달하는 독립적 예술 행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로베르토 그라나도스 넷플릭스 중남미 더빙 디렉터는 "중남미 지역 대부분은 더빙으로 제공되지 않은 작품은 자막만으로 시청하지 않는 만큼 '더빙'이라는 예술을 모든 작품에 지원해야 한다"며 "넷플릭스는 더빙을 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만큼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며 리소스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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