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희귀식물 이식 공사서 절차 미이행 확인한 뒤 중지 명령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부실이 빚은 예견된 일…사업 백지화"
강원특별자치도·양양군, "행정 착오로 빚어진 일…이른 시일 내 재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1번 지주 '첫 삽'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양=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추진 중인 강원 양양군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공사 일시 중단을 명령받았다.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계획서를 국가유산청에 제출하지 않고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실시하다 제재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원특별자치도와 군은 서류 제출 과정에서 행정 착오로 인해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정치권과 지역사회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와 군은 조속한 사업 재개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1번 지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양군, 공사 관련 절차 미이행…국가유산청, "조건부 허가사항 전반 검토"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 제출받은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현상 변경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 관련 보고'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최근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무단 공사 강행 사실을 확인한 뒤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앞서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은 2023년 5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해 ▲ 무장애 탐방로 구간의 식생 훼손 최소화 ▲ 희귀식물의 현지 외 보전 방안 강구 ▲ 암석 보호 및 지주 안정성 확보 등을 조건으로 현상 변경을 허가했다.
그러나 군은 허가 절차상 공사에 앞서 선행해야 할 착수신고서 및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계획을 국가유산청에 제출하지 않고 지난 9일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지난 9일 유선으로 군에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린 뒤 전날 '공사 등 행위 중지' 공문을 보냈다.
국가유산청 예규 '자연유산 현상 변경 등 허가 절차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장은 허가사항의 이행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점검 결과 허가 없이 사업을 시행하거나 허가 조건을 위반한 경우 해당 행위자를 고발하고, 원상회복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기헌 의원실 측에 "희귀식물 보전 방안은 물론 조건부 허가사항 전반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거쳐 철저히 검토할 예정으로, 조만간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이행 상황 점검 등 사후관리도 엄정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선8기 양양군청 [양양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정치권·지역사회 "조건부 허가사항 면밀히 점검해야"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케이블카 설치의 선행 절차인 희귀식물 이식 공사가 중단되면서 지주 설치 등 후속 공사를 포함한 전체 사업의 장기간 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기헌 의원은 "천연보호구역이자 국립공원인 설악산의 자연유산 가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행정 절차조차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 양양군의 행태는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유산청의 공사 중지 명령은 당연한 조치"라며 "향후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계획서에 대한 전문가 검토와 현장 점검 등 사후관리 절차가 철저히 이행되는지 국회에서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논평을 통해 "양양군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이 빚은 예견된 참사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아고산대에서의 이식 불가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전 검증 절차를 건너뛰려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유산청이 밝힌 대로 전문가 자문을 거쳐 철저히 검토하고 현장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이번 불법 공사로 인한 훼손 실태와 이식 과정의 문제점을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치적 논리와 토건 자본의 탐욕으로 얼룩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국가유산청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국립공원공단 공원 사업 시행 허가 모두 '조건부' 통과된 만큼 해당 조건들의 이행 여부를 원점에서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감도 [양양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강원도·양양군, "서류 제출 과정서 착오…공사 재개 문제없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인 강원도와 양양군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군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오색 케이블카 사업 진행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지난 4월 국가유산청에 착수신고서를 제출한 뒤 지난 9일 희귀식물 이식작업을 시작했다.
또 조건부 허가사항인 '희귀식물의 현지 외 보전 방안'도 지난달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합동 점검을 마쳤다.
다만 지난 4월 군이 제출한 착수신고서를 국가유산청에서 최근 인지하면서, 공사를 일시 중단한 뒤 사업 전반적인 점검 차원에서 이행계획서를 제출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행정 절차상 착수신고서가 접수되면 현장점검이 필요할 시 이행 계획서를 받고 있다.
군은 국가유산청에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착수신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상호 간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군 관계자 등과 만나 이달 중 이식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강원도와 협의해 조건부 허가사항에 대한 이행 계획서를 조속히 제출한 뒤 사업 재개에 나설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관련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어 공사 재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국가유산청의 이행 상황 점검에 적극 협조해 이른 시일 내 공사가 재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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