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빙은 글로벌 스토리, 현지 로컬 목소리로 녹이는 것
작품 하나에 4~5개월...한개 언어에 50명 투입
오징어게임 더빙 20개 언어...영어 시청량이 전체 80%
“한국어 더빙에 AI 사용안해…AI는 보조도구”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2021년 ‘오징어 게임’ 신드롬 이후 매년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콘텐츠. 그 인기의 숨은 주역으로 ‘더빙’이 지목되고 있다. ‘글로벌 더빙의 날’을 맞아 방한한 넷플릭스 전문가들을 만나 더빙팀의 전략을 들었다.
12일 K-콘텐츠 글로벌 더빙 워크샵에 연사로 참여한 존 드미타 넷플릭스 영어 더빙 팀 시니어 매니저가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넷플릭스)
“더빙은 글로벌 스토리를 현지 로컬 목소리로 녹여내는 것”
넷플릭스는 12일 한국콘텐츠진흥원 홍릉인재캠퍼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K-콘텐츠 글로벌 더빙 워크샵’을 개최했다.
존 드미타 넷플릭스 영어 더빙 팀 시니어 매니저는 “글로벌 스토리를 현지 로컬 목소리로 진정성 있게 녹여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단순한 언어 번역을 넘어 각 지역의 문화와 감수성을 이해하고 이를 더빙에 녹여내는 ‘현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를 아시아태평양, 유럽·중동·아프리카, 중남미, 북미로 나눠서 각 지역에 맞춰 타이틀 매니저를 배정하고 현지 전문가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이날 오징어게임 1·2·3에서 배우 이정재의 영어 더빙을 담당한 한국계 미국인 성우 그렉 천의 인터뷰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에서 천 성우는 “제가 작업했던 이정재 배우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연기엔 인생의 깊이와 진한 감정이 느껴졌다”며 “그 감정을 최대한 잘 살려 영어로 전달하는 게 저의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작품 하나 당 4~5개월...한개 언어에 50명 인력 투입”
K-콘텐츠 더빙의 성공을 상징하는 사례는 오징어게임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시즌2에 타노스 역으로 출연한 최승현의 랩 더빙을 위해 현지 래퍼를 직접 섭외하고, 랩 가사도 현지에 맞춰 번역해 큰 호응을 얻었다.
드미타 매니저는 “‘오징어 게임’의 영어 더빙은 최고 수준으로, 모든 장면에서 입 모양이 일치한다”며 “더빙은 단순 번역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뉘앙스까지 담아내야 한다. 작품에 대한 시청자의 진정성을 지키기 위해 언어학자부터 성우, 기술자까지 많은 전문가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K-콘텐츠 글로벌 더빙 워크샵에 연사로 참여한 존 드미타(우측) 넷플릭스 영어 더빙 팀 시니어 매니저와 로베르토 그라나도스 넷플릭스 중남미 더빙 디렉터(사진=넷플릭스)
이어 그는 “처음 13개 언어로 시작했던 오징어게임 더빙 서비스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요청에 힘입어 시즌2에서는 20개 언어까지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영어 더빙 소비량은 80%에 달하며, 이는 한 해 가장 많은 영어 더빙 시청 시간을 기록한 작품으로 등극했다.‘폭싹속았수다’도 18개 언어로 더빙돼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났다.
넷플릭스는 더빙 품질 향상을 위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스튜디오에 ‘넷플릭스 인증 파트너’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K-콘텐츠 하나를 글로벌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4~5개월의 제작 리드 타임이 필요하며, 언어 하나당 약 50~60명의 인력이 투입될만큼 공을 들인다.
더빙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둔 지역 중 한 곳은 라틴아메리카다. 이 지역에서는 맛깔나는 더빙 덕분에 최근 폭싹속았수다까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로베르토 그라다노스 넷플릭스 남미 더빙 총괄은 “한국의 이야기는 가족, 희생, 회복력, 정의와 같은 중남미 시청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를 다루며 감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며 “폭싹속았수다는 멕시코, 브라질 지역에서 부모님과 함께 시청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소개했다.
넷플릭스의 인공지능(AI) 시대에도 AI가 성우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드미타 매니저는 “현재 AI기술을 한국어 더빙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성우들이 크리에이티브한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다른 업무에는 AI를 사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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