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본입자인 뮤온을 충돌시키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보다 적은 비용으로 지금껏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입자와 현상을 탐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학계에서 차세대 입자물리학 연구 장치인 '뮤온 충돌기' 건설 필요성이 제시됐다. 취임 이후 과학 예산의 대규모 삭감을 이어가는 트럼프 정부에서 뮤온 충돌기의 예산을 지원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과학·공학·의학 국가학술원(NASEM) 보고서는 21세기 중반을 목표로 새로운 입자가속기인 뮤온 충돌기 건설을 제안했다.
뮤온은 전자처럼 전하를 띤 우주의 기본입자로 전자와 전하량은 같지만 질량은 약 207배 무거워 불안정하다. 수명이 약 2.2마이크로초(1마이크로초는 100만분의 1초)에 불과하다.
뮤온을 충돌시키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보다 적은 비용으로 지금껏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입자와 현상을 탐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HC에서 충돌시키는 입자인 양성자는 쿼크와 글루온 등 또 다른 기본입자들로 이뤄졌다. 기본입자끼리 충돌시키려면 훨씬 큰 에너지가 필요해 효율이 떨어진다. 그 자체가 기본입자인 뮤온을 충돌시키면 모든 에너지가 새로운 입자 생성에 쓰일 수 있다.
길이 27km의 거대한 도넛 모양 구조물인 LHC와 달리 뮤온 충돌기는 이론적으로 미국 입자물리학 연구소인 페르미랩(Fermilab) 부지 넓이인 27.5제곱킬로미터 내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올해 4월 세부 검토안이 나온 LHC 3배 크기의 차세대 입자가속기 '미래 원형 충돌기(FCC)'는 길이가 91킬로미터에 달한다.
뮤온의 빠른 붕괴속도 때문에 입자를 생성하고 가속해 충돌시키는 과정을 찰나의 순간 안에 완료해야 한다는 점이 해결 과제다. 뮤온 충돌기 건설 계획이 아직 이론적 단계인 이유다. NASEM 보고서는 뮤온 가속 기술 개발과 시연 가속기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즉시 시작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물리학계는 LHC에 뺏긴 입자물리학 분야 주도권을 다시 가져올 기회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1993년 사상 최대 입자가속기 계획인 초전도슈퍼콜라이더(SSC)를 포기하면서 2008년 완공된 CERN에 주도권을 뺏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LHC는 2012년 충돌 실험을 통해 이론적으로만 예측된 '힉스 입자'를 발견하는 데 성공하는 등 입자물리학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트럼프 정부가 최근 정부 효율화를 근거로 과학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어 뮤온 충돌기 계획이 적극 추진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백악관이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기초과학 분야에 자금을 지원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예산이 올해 대비 55% 삭감된다.
에릭 아이작스 전 미국 에너지부(DOE) 아르곤 국립연구소 소장 겸 카네기 과학연구소 소장은 사이언스에 "현재 DOE나 NSF에서 뮤온 충돌기에 수천만 달러를 지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7226/28839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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