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사진| 스타투데이 DB
메가스터디 영어 강사 조정식(42)이 현직 교사와의 문항 거래 의혹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입시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다. 이런 가운데 ‘티처스2’ 제작진은 방송 보류가 아닌, ‘예정대로’를 선택해 논란이다.
13일 만난 채널A 교육 예능 ‘티처스2’ 윤혜지 PD는 “프로그램 시작 시점에서 문제가 불거져 매우 유감스러웠다”며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했다. 김승훈 CP는 “시즌제 프로그램이지만 녹화는 거의 끝난 상태”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송을 무조건 강행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여론을 지켜보며 신중히 대응할 계획”이라며 에둘러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회차 변경이 어렵고, 이번 주 방송은 예정대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CP는 방송 강행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제작진이 선제 대응하기엔 결과가 안 나온 상황”이라며 “(법적인) 결과가 바로 나오지도 않을 것 같다. 잘 논의해서 시청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당장 편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주(15일) 방송분은 편집 없이 방송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방송을 강행하는 것은 제작진이 이번 사안을 다소 가볍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에는 군사 훈련이 중단되고, 관공서 출근 시간도 늦춰진다.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는 전국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전면 통제된다. 국가 전체가 나서서 수험생들이 불편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는 국내에서 수능이 얼마나 중요한 일정으로 여겨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직 교사와 사교육 업체/강사 간의 ‘문항 거래’는 수능이라는 중요한 입시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다. 수능 등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는 교사들이 만든 이 ‘문항’이 사교육 시장에 유출될 경우 해당 문항을 본 특정 학생은 무임승차를 하게 되는 셈이다.
‘티처스2’ 포스터. 사진| 채널A
조정식은 지난 2022년 11월 시행된 수능 영어 영역 23번 문제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한 지문을 수능 전 학생들에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에 실었다. 이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이의 신청이 쏟아졌다. 조정식의 사설 모의고사를 먼저 풀어본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이었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수사를 의뢰했고, 감사원도 감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조정식은 해당 지문을 포함한 문제를 현직 교사로부터 사전 입수해 자신의 사설 모의고사에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지문은 출제 교사와 친분이 있는 인물을 통해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2년에는 교사 A씨로부터 발간되지 않은 EBS 수능 연계 교재 두 권과 수능·모의평가 정답 풀이 내용을 받고 58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 아니라다. 수능·EBS 문항 집필 경력이 있는 교사 21명과 문항 거래를 한 혐의도 받는다.
현행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현직 교사가 학원 교재용 문항을 만들어주는 거래는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파면 또는 해임까지 가능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정식 측은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법률대리를 맡은 최봉균·정성엽 변호사(법무법인 평안)는 지난 11일 공식입장을 통해 “조정식과 저희 변호인단은 현재 검찰에 송치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임이 명백하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조정식은 사건의 해당 교사에게 5800만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은 현재 수사기관에서 엄정한 수사 절차를 거치고 있는 중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향후 수사 결과를 통해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아직 수사기관의 조사와 법적 판단이 끝나지 않았다. 향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조정식에 대한 혐의가 입장되거나, 무혐의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 그러나 입시라는 중대한 문제가 엮여있는 만큼 방송사는 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해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의혹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방송이 예정대로 전파를 탈 경우,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2차 피해도 우려된다. 방송은 대중 매체로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시청자 우려가 커진 가운데 방송을 그대로 송출하기보다는, 방송 일시 중단이나 추가 편집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Copyright © 스타투데이.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