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후원·광고 수입 차이
지난 9일 막을 내린 2025 프랑스오픈은 스폰서 기업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테니스 대회였다. 남자부에서는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 여자부에선 코코 고프(21·미국)가 각각 우승했기 때문이다. 두 선수 모두 정상급 실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스폰서십 시장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알카라스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롤렉스, BMW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계약을 맺고 지난해 기준 광고 수입으로 3200만달러(약 437억원)를 번 것으로 추정된다. 고프는 뉴발란스, 바릴라 등과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 연간 2000만달러(약 273억원)를 벌어들인다.
이들의 시장 가치는 프랑스오픈 결승 상대들과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알카라스를 상대했던 얀니크 신네르(24·이탈리아)는 최근 6개 메이저 대회에서 알카라스와 나란히 3승씩을 나눠 가졌을 만큼 실력 면에서 대등하다. 그러나 그의 광고 수입은 1500만달러(약 205억원)로 알카라스의 절반 수준. 고프 맞상대 아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는 최근 3년간 메이저 우승만 3회로, 고프(2회)보다 많다. 하지만 2024년 기준 광고 수입은 700만달러(약 95억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경기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격차의 배경에는 ‘스토리텔링’과 ‘국가적 이미지’가 자리하고 있다. 알카라스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경기 중 포효, 슬라이딩 플레이 등으로 열정적인 이미지를 쌓았다. 라파엘 나달(39·스페인·은퇴)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계승 서사’ 역시 강한 흡인력을 가진다. 반면 신네르는 내성적인 성격과 차분한 경기 스타일로 안정적이지만, 대중의 흥분을 유발하는 요소는 적다. 테니스 비주류 국가인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점도 마케팅 측면에서는 약점이다.
고프는 10대 흑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브랜드가 선호하는 ‘다양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대 스포츠 시장인 미국 출신인 덕분에 데뷔 초부터 ‘제2의 세리나 윌리엄스’로 불리며 관심을 받았고,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친근감을 높였다. 반면 사발렌카는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 출신이라는 점이 정치적 부담 요소로 작용했다. 경기 중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는 모습이 종종 부정적으로 비친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서도 고프에게 밀린 뒤 코치에게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 사례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남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많은 메이저 우승 기록을 가진 선수지만, 광고 시장에서는 로저 페더러(44·스위스·은퇴)보다 일관되게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정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백신 거부, 심판에게 공을 날린 실격 사건 등 반복적인 논란은 그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단적인 예로 2021년 조코비치는 메이저 4개 대회 중 3개를 석권했지만, 광고 수입은 약 3000만달러(약 410억원)였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었던 페더러가 9000만달러(약 1230억원)를 벌어들인 해였다. 대중은 단순히 ‘강한 선수’ 대신 이야기를 갖춘 ‘사랑할 만한 선수’를 원한다. 광고 수입 격차는 그 사실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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