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사옥 [사진 넥슨]
[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가혹한 상속세에 꺾인 넥슨?”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가 한국 게임산업의 넘버 1위 넥슨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넷마블, 크래프톤의 2대 주주인 텐센트가 넥슨까지 손아귀에 넣을 경우 ‘K-게임’이 통째로 중국 자본에 넘어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각에선 과도한 상속세 제도가 거대 중국 자본이 한국 알짜 기업들을 쇼핑할 길을 터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5조원대에 달하는 넥슨의 과도한 상속세 폭탄이 텐센트 인수의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텐센트 측은 넥슨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넥슨그룹 창업자인 김정주 회장 유족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 부인인 유정현 이사회 의장과 두 딸이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약 67.6%를 보유해 경영권을 갖고 있다. NXC 지분을 확보하며, 넥슨그룹 게임사를 모두 품을 수 있다.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 인수금액이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사진, 넥슨]
상속 과정에서 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넥슨그룹 창업자 김정주 회장 유족은 일단 정부에 수조원 규모 지분을 상속세 대신 납부한 상태다.
이후에도 매각설은 계속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족들이 여전히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는 데다 정부로서도 경영권이 없는 상속세 지분을 장기 보유할 이유가 없어서다. 정부는 상속세로 받은 5조원대의 넥슨 지주사 지분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정부가 국내 최대 게임업체의 2대 주주로 등극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가가 상속 받냐”, “두 번 상속했다가는 기업이 나라 것이 되겠다”는 비판의 지적도 나왔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남긴 유산은 약 10조원이다. 유족에게 매겨진 상속세율은 60%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최고 60%·최대주주 할증 적용 시)의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영국(40%)은 물론 심지어 상속세가 높다는 일본(55%)보다도 더 높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상속세가 제일 높은 국가이고,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
넥슨 사옥 [사진, 넥슨]
김 창업자 일가의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계기로 기업의 상속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기업이 매각설에 흔들리고, 여기에 국가가 기업의 주요 주주 자리를 꿰차는 것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는 비판이다.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을 일군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도 상속 관련 솔직한 심경을 내비쳤다. 서정진 회장도 셀트리온 그룹 합병 발표 자리에서 상속 관련 “상속·증여세로 못해도 6~7조원은 내야 할 것이기에 승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셀트리온을 국가에 헌납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속세 문제를 꺼내면 국민 정서 한쪽에는 부의 대물림 등에 대한 저항이 많다”면서 “상속세를 낮출 필요가 있는데 여전히 거부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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