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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 수뇌부를 폭격한 뒤 양국의 충돌이 격렬하게 지속됐다. 공격 소식이 전해진 6월 13일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강한 위험회피 양상을 보였다. 주식, 원자재, 통화 등 주요 자산군에서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다.

안전자산 선호로 변동성지수(VIX)는 전일 대비 15% 이상 급등하여 20을 넘어섰다. 관련 뉴스 보도 직후 주요국 증시 지수들은 일제히 급락 출발했고, 국제유가는 순식간에 두 자릿수대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미 국채 등 채권시장에서는 가격이 출렁이며 일시적 강세를 보였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며 채권 가격이 하락(수익률 상승)하는 예외적 움직임이 나타났다. 양국의 충돌 이후 전개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전망한다. 관련 외신, 전문가 의견 등을 참고했다. 

 시나리오1 제한적 충돌 지속(국지적 교전만 유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에도 충돌이 국지적 수준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이란은 지도부 타격과 핵시설 피해에도 대규모 보복을 자제한다. 대신 제한된 범위에서 미사일 발사나 드론 공격 등 국지적 대응에 그친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이란계 대리 세력들도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한다. 충돌이 이스라엘-이란에 국한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정보·군수 지원하지만 직접 참전은 하지 않고 거리를 둔다.

중국도 “심각한 결과 초래”에 대한 우려 표명에 그칠 뿐이다.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외교적 개입을 시도하는 정도에 머무른다는 가정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극단적 조치는 이란도 자제한다. 이란도 원유 수출로 외화를 계속 벌어야 하고 중국 등 우방의 지지도 잃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영향은 '안전자산 선호 강화, 위험자산 조정'이라는 전형적 흐름이 나타날 전망이다. 충격은 제한적이고 단기적일 것이다. 실제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예상된 범위 내의 반응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예상대로 주가는 내려가고 금과 유가는 상승하고 비트코인도 급락 후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은 전통적인 안전통화인 달러화가 강세를 띠고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뚜렷할 전망이다. 공습 다음 날 미 달러화 지수는 상승세를 보이며 5거래일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1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전일 대비 16원 이상 급등(원화 약세)하며 1371원까지 올랐다. 이는 중동 리스크로 투자자들이 달러 등 안전자산을 선호한 결과다.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시에도 달러와 금이 강세를 보였다.

원자재의 경우엔 국제 유가와 금값은 상승세를 나타내지만 폭은 제한적이다. 이스라엘-이란 충돌 소식에 브렌트유는 한때 장중 13% 급등했지만 배럴당 78달러 선에서 진정됐다. WTI도 7월물 기준 장중 8% 폭등해 73달러를 넘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하지만 절대 가격은 아직 위기 수준이 아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비교해 상승세가 약하다.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이란의 핵심 석유 시설(카르크섬 등)만 무사하면 유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주요국 중심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13일 S&P500 마이크로선물은 한때 1.2%, 나스닥100 선물은 1.4% 급락했다. 유럽 STOXX600 지수도 0.8% 하락하는 등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한국 코스피도 이날 2900선 아래로 밀렸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따라 기술주 등 성장주는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방산주와 에너지주 등 테마는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채권시장은 과거와 비슷한 흐름이다. 보통 지정학 위기 시 미국 등 선진국 국채금리는 하락(채권 가격 상승)해 안전자산 역할을 해왔다. 13일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0.007% 포인트(p) 줄어든 4.349%에 거래됐다. 지난 5월 22일 4.61%까지 올랐던 10년물 금리는 한 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날 일본 10년 채권 금리도 전장 대비 0.046%P 떨어진 1.407%, 일본 30년 채권 금리 역시 전장 대비 0.022%P 떨어진 2.876%에서 거래됐다.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등은 초기 급락 후 일부 만회해 혼조세를 보였다. 전통적으로 가상자산은 위험자산 성격이 강해, 주식 급락 시 동반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이번에도 비트코인은 24시간 급락해 10만 2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비트코인은 초기 급락분의 상당 부분을 회복하는 등 변동성 장세를 보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처음엔 암호화폐를 팔아 현금화했지만 충돌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자 다시 일부 매수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위험회피 vs 대안 자산' 두 가지 성격이 교차하며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주식과 높은 상관도를 보이는 투기적 위험자산 면모가 부각됐다.

 시나리오 2 국지전 확대 (충돌 범위 확대, 역내 분쟁으로 확대)

이란이 가혹한 응징을 공언하며 지역 분쟁을 확대하는 시나리오다. 이스라엘의 추가 공습과 이란의 강경 대응이 악순환한다. 분쟁이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 중동 전역으로 확산한다. 이란은 헤즈볼라에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습을 지시하고, 이라크·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가 미군 주둔지와 이스라엘 목표물을 공격한다. 이란 본토에서도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해 이스라엘 본토에 보복한다.

이스라엘도 이란 내 군사 인프라에 2, 3차 공습을 이어간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걸프 산유국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돕는다고 간주하고 이들 국가의 정유시설이나 항만을 미사일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국지전 확전 속에 중동 정세는 1973년 욤키푸르전 이후 가장 심각한 다중분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다만 미국은 공식 참전은 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이란 편을 들며 미국을 견제한다.

글로벌 금융시장 영향은 시나리오1보다 충격의 강도와 지속 기간이 커지는 모습이 전망된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고 유가 폭등 등 실물경제 충격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부상한다.

외환시장은 달러화 초강세와 신흥통화 급락 현상이 강화될 전망이다.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면 투자자는 달러화와 엔화, 스위스 프랑 등으로 몰릴 것이다. 미국 달러는 여전히 세계 기축통화이자 유동성이 가장 깊은 피난처다. 반면 한국 원화, 중국 위안화, 신흥국 통화들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대거 매도 압력을 받을 것이다.

원화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1400원 선을 훌쩍 넘어 추가 급락(환율 상승)할 요인도 있다. 한국 외환 당국은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서겠지만 외환보유고 유출을 감수하며 개입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위안화 역시 중국의 대규모 원유 수입 부담과 외자 유출로 절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원자재의 경우엔 유가의 급등 폭이 훨씬 커지고 금값도 폭등세를 보일 수 있다.  페리한 알-리파이 임파워미 이니셔티브 선임 연구원은 "이란이 실제 호르무즈 해상교통을 교란하거나 산유 시설 공격을 감행하면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 수준까지 유가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간은 “최악의 경우 미국 CPI가 5%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120달러 유가 시나리오를 경고했다. 이는 현재 가격 대비 60~70% 추가 상승한다는 예상이다. 오일쇼크 수준이다.

다만 OPEC+의 증산 여력과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로 일부 완충 가능성도 있다. 금 가격 역시 강세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온스당 3400달러대인 4000달러도 겨냥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거론된다.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 금 수요는 더 급증할 것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조정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선진국 주가지수들은 조정(10%대 하락)을 넘어 약세장 진입을 우려해야 한다. 미국, 유럽의 항공·여행·운송주는 유가 급등과 전쟁 위험으로 직격탄을 맞아 급락할 수 있다. 기술주와 소비재는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할인율이 높아지고 경기둔화 우려로 실적 전망이 악화해 전반적 약세가 예상된다. 반면 에너지주와 방산주, 원자재 관련주는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이다.

석유사의 경우 유가 급등에 따른 이익 증가 기대에 주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 다만 유가가 너무 높아 '수요파괴(demand destruction)'가 발생할 정도가 되면 에너지주도 후기에는 조정받을 위험이 있다. 방위산업체들은 확전으로 각국 국방비 지출 확대와 무기 수요 증가가 예상되어 지속적인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선 국채 등 안전자산 수요가 본격 증가하기 시작할 전망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국채 금리는 하락세가 커질 수 있다. 유가 상승 지속으로 물가상승 기대도 남아 있어 명목 금리는 내려가도 실질금리 하락 폭은 제한되는 등 복잡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회사채·신흥국 채권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이 뚜렷해지기 쉽다. 신흥국 달러채권의 가산금리가 상승해 일부 국가에선 외채 조달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암호화폐의 경우엔 글로벌 유동성이 경색되고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 투자자들은 가장 변동성 큰 자산인 암호화폐부터 투매할 가능성이 높다.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ETF에서 자금을 빼면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 다른 요인도 작용할 수 있다. 이란은 미국 금융망에서 배제돼 있다. 제재 회피 수단으로 암호화폐 이용을 확대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등 규제당국의 단속 강화로 이어져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나리오3 전면전 돌입 및 미국 개입

최악의 경우다.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 충돌이 전면전 수준으로 악화하고 미국이 사실상 참전하는 시나리오다. 이란은 전방위 보복을 선언하고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수백 발을 발사, 주요 도시와 군사기지를 공격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고 해군 고속정을 동원해 유조선 나포 및 격침을 시도하며 해협 봉쇄를 강행한다.

이란은 미군이 주둔한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UAE의 미군기지들에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한다. 미군 사상자가 발생한다. 미국은 동맹 방어 조약과 자국민 보호 명분으로 이란의 군사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개시한다. 러시아는 이란에 무기 지원을 크게 늘리며 간접 참전한다. 중국은 미국을 비난하고 국제여론전만 펼친다. 사실상의 제3차 중동전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영향은 패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블랙스완 이벤트에 준하는 충격파가 전 세계 시장을 강타할 것이다. 공포지수(VIX)가 급등하고 유동성 경색, 가격 급변동 등 금융시장 기능 장애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외환시장에선 미국 달러화 초강세가 예상된다. 글로벌 자금이 미 국채 등 달러 자산으로 몰리면서 달러인덱스가 120 이상까지 치솟는다. 다만 미국이 직접 전쟁 당사자가 되면서 달러 가치에 대한 신뢰 훼손 가능성도 있다. 전통적으로는 '위기=달러 선호' 공식이지만 미국이 장기전에 휘말려 재정 부담이 커지면 달러의 장기 가치를 의심할 수 있다. 유로화는 위험회피 속에 달러 대비 약세 압력을 받을 것이다.

엔화는 안전통화로 수요가 늘어 단기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다만 일본 역시 원자재 수입국이라 유가 폭등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약세 전환 가능성도 있다. 신흥시장 통화(원화, 위안화 등)는 달러 대비 이중, 삼중으로 약세 압력을 받아 외환 위기 상황도 우려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원화 가치가 한때 50% 가까이 떨어졌다.

원자재를 보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산유 시설들의 전면 가동 중단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원유공급의 20~30%가 마비된다. 브렌트유 가격은 2008년 사상 최고치(147달러)를 넘겨 배럴당 150~200달러까지도 급등할 수 있다. 1979년 이란혁명, 1990년 걸프전 초기에도 유가가 급등했다. 시나리오3에선 그 이상의 공급 손실이 예상된다.

금값은 폭등세로 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각국 중앙은행 수요까지 겹친 상태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금값 상승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란이 주요 생산국인 리튬, 우라늄 등의 공급 부족으로 관련 원자재 급등도 우려된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극심한 투매가 발생해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 원자재 선물 등 위험 포지션을 일제히 정리하면서 주요국 증시는 단기간에 20~30% 급락하는 시나리오도 현실화할 수 있다. 2008년 리먼 사태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와 같은 서킷브레이커 발동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금은 글로벌 증시는 연초 이후 상당한 상승을 보인 상태다. 그래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 전면전 소식은 이런 취약성을 건드려 급락세를 촉발할 것이다.

미국 증시는 에너지·방산을 제외한 모든 섹터가 하락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기술주는 고평가 상태라 조정 폭이 클 수 있다. 금융주는 시장 불안으로, 산업·소재주는 경기침체 우려로 떨어질 것이다. 신흥국 증시는 투자자금 썰물에 유동성 자체가 말라붙을 위험이 있다. 한국은 글로벌 연동 하락에 더해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이탈이 겹쳐 급전직하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은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및 선진국 국채에 대한 매수 증가로 금리가 급락할 전망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대에서 3% 이하로 급락할 수 있다. 2020년 코로나 위기 때 기록한 사상 최저 금리(0.5~0.7%)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솔레이마니 사태 때 미국 10년물 금리가 하락했던 것처럼 시나리오3에는 그 폭이 훨씬 클 수 있다. 독일, 일본 등 다른 주요국 국채도 역대 최저금리 경신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안전자산 랠리는 단기적 피난 수요에 의한 것이다. 전쟁 장기화로 인플레이션과 국채 발행 급증으로 이어지면 국채 약세로 전환될 수도 있다. 전쟁 비용과 물가상승으로 채권시장에 대한 신뢰 약화하면 금리가 다시 상승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막대한 전쟁 재정지출을 조달하기 위해 연간 적자가 크게 늘고 국채 발행이 급증할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극심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유동성 위축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고 주요 거래소의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투심 위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통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면 비트코인을 대안적 가치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전쟁 비용을 조달하려 대규모 달러를 찍어내면 달러 인플레로 비트코인의 희소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

다만 비트코인은 아직 금 등 전통 자산만큼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때도 금은 강세였지만 비트코인은 오히려 하락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글로벌 자금 이동에 제약이 생길 경우 스테이블코인이 제재 회피 및 자본 이동 통로로 쓰이면서 시가총액이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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