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의 구조 자체 흔들할 사건, 텐센트 중장기 전략의 완성판 주목
최종신 대표. 사진=최종신
텐센트가 넥슨 인수에 다시금 나섰다는 소식은 게임 업계는 물론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텐센트홀딩스가 자사 게임 부문 강화 위해 넥슨을 150억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인수합병(M&A)를 넘어 한국 게임 산업의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중대한 흐름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시도가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년간 국내 주요 게임사에 전략적으로 지분 투자를 확대해온 텐센트의 중장기 계획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텐센트가 넥슨에 주목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우선 텐센트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핵심 IP(Intellectual Property)를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왔습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V4'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장기적인 인기를 유지해 온 IP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던전앤파이터'는 텐센트가 중국 내 퍼블리싱을 맡아 대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이와 같은 협업 경험은 텐센트가 넥슨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의 해제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며,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도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일부 국내 게임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다시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를 발급받기 시작했고, 이는 한국 게임 기업에게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텐센트 입장에서도 한국 게임사들과의 협업은 향후 중국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에, 넥슨 인수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중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 차원의 전략으로 읽힙니다.
또한 텐센트는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등 차세대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으나, 중국 내 규제 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사업 전개에 한계가 있어 왔습니다. 반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필두로 웹3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생태계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텐센트가 넥슨을 확보할 경우 글로벌 웹3 사업에서도 한층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인수 시도의 또 다른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넥슨 창업주 고(故) 김정주 대표의 유족 측 동향입니다. 2022년 김정주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을 상속받은 가족들은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전략적 옵션, 즉 경영권 유지 또는 매각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글로벌 유력 기업들과의 접촉이 이어졌고, 텐센트 역시 그 논의 테이블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 측이 회사를 직접 경영하기보다는, 전략적 매각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흐름이 이번 인수 시도의 구조적 배경이 된 셈입니다.
한편 텐센트는 국내 게임 시장 내 영향력을 이미 상당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에는 약 1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배틀그라운드(PUBG)'의 중국 퍼블리셔로서 관계를 이어오던 기존 협업의 연장선상입니다.
넷마블의 경우 약 24%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며 사실상 2대 주주 지위에 올라 있으며, CJ ENM이 보유하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텐센트의 적극적 의지가 드러났습니다. 카카오게임즈에도 약 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가장 주목받는 개발사인 '시프트업(Shift Up)'에는 약 35%의 지분을 확보하여 주요 전략적 투자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CJ게임즈에도 28%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며 국내 게임 시장과의 연결고리를 다져왔습니다.
텐센트는 2013년 이후 한국 게임 시장에서 본격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실질적 트래픽 지원을 통해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 방식을 택해 왔습니다. 이 전략이 명확히 드러났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카카오게임즈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0년대 초중반, '카카오톡 게임하기'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재편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한 게임들은 카카오톡의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매출과 이용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었고, 이는 곧 게임 퍼블리셔의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텐센트는 2013년 전후부터 카카오게임즈의 지분을 꾸준히 확보하며 약 3.9%에 달하는 전략적 지분을 보유하게 됩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는, '시장 지배력 확대 → 트래픽 및 매출 유입 → 투자기업 가치 상승 → 전략적 지분 확보'라는 선순환 구조를 의도한 전형적인 텐센트식 M&A 모델이 한국 시장에서도 실행된 것입니다.
이 같은 방식은 후에 텐센트가 시프트업(Shift Up), 크래프톤 등에도 유사하게 적용했던 전략의 '초기 모델'로 평가되며, 단순히 돈을 넣는 것이 아니라 게임 유통망과 플랫폼을 활용해 지분가치를 직접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이처럼 텐센트는 이미 다양한 국내 주요 게임사에 대한 투자를 통해 단순한 외국계 투자자의 수준을 넘어선 영향력을 구축해 왔다. 넥슨 인수는 이 전략의 완성 단계로 평가됩니다. 특히 한한령 해제 흐름과 중국 내 콘텐츠 시장 확대 분위기, 그리고 김정주 창업주 유족의 전략적 매각 검토가 맞물리면서, 지금이야말로 텐센트에게 '최적의 타이밍'으로 비춰졌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텐센트의 이번 넥슨 인수 시도는 단일 거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수년간 이어온 국내 게임사들에 대한 투자와 협업의 연장선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업인 넥슨을 품으려는 전략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특히 한중 간 문화 교류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시도는 양국 게임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 해야 할 것입니다.
글쓴이=최종신 제이스테어 대표
최종신 대표는?
IT, 콘텐츠, 플랫폼 산업 전반에서 약 30년 이상의 경영 경험을 보유한 사업총괄형 리더다. 삼성물산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파수닷컴, 바른손크리에이티브, 우리넷 등에서 C-level로 재직하며 신사업 기획, 글로벌 확장, M&A, IR 및 조직 혁신을 주도해왔다.
특히, AI 기반의 개인 데이터 서비스 기획과 운영 총괄을 맡아 초기부터 사용자 기반 확보 및 시장 확장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또한, 창업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통해 콘솔 및 모바일 플랫폼에서 25개 이상의 상용 타이틀을 출시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및 기업 인수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기획부터 엑싯까지 전 사이클을 직접 경험하였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로서 신사업 투자와 IR 체계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상승시켰으며, 자회사 설립을 통해 K-콘텐츠 및 디지털 융복합 사업의 확장도 주도해왔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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