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나온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을 최근 관람했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날아오는 인류 멸망 상황에서 진실을 말하는 과학자들은 바보 취급을 당하고 이를 정치적, 경제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위로 올려 보지 마라'는 메시지로 대중을 선동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비꼰 영화다.
과연 지구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제쳐두고, 현실 세계의 글로벌 IT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지휘하에 혜성을 향해 우주선 수십 기를 동시에 쏘아 올리는 장면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국가와 민간기업 모두 세계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의 위상이 부러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 주도의 인공위성, 무인탐사, 유인 탐사 분야와 민간 주도의 상업용 우주산업이 골고루 발달한 세계 3대 우주 강국으로 미국과 중국, 인도를 꼽는다. 미국 중국은 당연한 선두주자라 하더라도 인도의 발전이 두드러진다.
2025년 1월16일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러시아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우주 도킹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우주 도킹 기술은 유인 달 탐사와 자체 우주 정거장 건설을 위한 필수 기술이다. 2023년 8월23일에는 찬드라얀 3호가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 달 착륙에 성공한 세계 네 번째 국가가 됐고, 열흘 뒤인 9월2일에는 태양 관측용 인공위성 아디티아-L1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어 10월2일에는 지구 저궤도 유인 우주선 가가얀을 시험발사하며 유인 우주탐사 기반도 확보했다. 2024년 새해 첫날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이후 세계 두 번째로 X-선 편광 관측 위성 'XPoSat' 발사에 성공하기도 했다.
인도를 세계 3대 우주 강국으로 만든 최고의 자산 중 하나는 'PSLV'라는 발사체(로켓)다. 이 로켓은 2021년 스페이스엑스의 펠컨9 로켓이 143대를 우주로 실어 나르기 전까지 104개(2017년)의 위성을 탑재해 발사한 세계기록을 가진 로켓이다. 효율적인 로켓 발사와 대량의 위성 탑재로 여전히 세계 최소 수준의 저비용 로켓으로 평가받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인도의 우주 관련 예산은 세계 10위권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유로컨설트(Euroconsult)가 집계한 '2024년 주요국 정부의 우주 예산 및 비중'에 따르면 인도는 18억8900만달러로 전 세계 우주예산 총액의 1.4%를 차지했다. 미국 796억7800만달러(59%), 중국 198억8600만달러(14.8%), 일본 67억9600만달러(5.0%)에 비해 한참 적은 액수다. 한국(10억3100만달러, 0.8%)보다는 많지만, 양국 간 기술 격차는 현저하다. 한국은 2023년 5월에야 자체 기술로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인도 우주산업 발전의 배경에는 기업 참여와 민간으로 기술 이전 활성화, 해외직접투자 유치가 꼽힌다. 인도는 2020년부터 우주산업을 민간에 개방, 2023년 찬드라얀 3호의 달 착륙 사업에는 14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인도의 우주분야 스타트업은 2014년 1개사에서 2025년 200개사 이상으로 늘어났다.
정부 주도로 100억 루피(약 1600억원) 규모의 우주 벤처캐피털(VC) 펀드 조성, 우주산업 관련 기술의 민간 이전 지원, 2014년에는 외국 기업이 인도 정부의 승인 없이 발사체나 위성 제조 등 우주 부문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기도 했다.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한국은 인도를 벤치마킹하고, 기술 이전 등을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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