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속사권총, 韓人 최초 은메달…올해 3종목 걸쳐 4관왕 ‘명중’
뛰어난 집중력·철저한 자기관리로 5개 전종목 두드러진 기량 ‘팔방미인’국내 사격선수 중 유일하게 권총 5개 전 종목을 소화하며 전천후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속사권총 은메달리스트 조영재(경기도청). 황선학기자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속사권총에서 한국인 최초로 종목 은메달을 획득한 조영재(26·경기도청)는 국내 사격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권총 5종목에 걸쳐 모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전천후 총잡이’다.
10m 공기권총을 비롯, 스탠다드권총, 속사권총, 센터파이어권총(이상 25m), 50m 권총까지 5개 종목으로 세분화된 권총 종목은 거리와 총기·구경, 방아쇠 압력, 경기 방식이 모두 다르다. 대부분 선수들은 많아야 3개 종목을 소화할 정도로 꺼리는 이유다.
꾸준한 기량 유지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항상 다섯 종목 총기를 모두 챙겨야 하고, 훈련(경기) 후에는 총기를 분해해 닦고 관리하는 것이 여간 귀찮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예민한 방아쇠 압력과 경기 방식·운용 등을 숙지해야 하는 등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집중을 해야 하고 1~2개 종목에 집중하는 선수들에 비해 몇곱절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조영재는 이를 즐기며 자신의 목표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중학 입학 후 사격에 입문, 서울체고 1학년 때 문체부장관기대회서 공기권총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50m 권총을 병행했고, 한국체대 입학 후에는 속사권총, 센터파이어권총, 스탠다드권총을 차례로 익혔다.
5개 종목 가운데서도 올림픽 종목인 속사권총과 50m 권총에 주력했으나, 50m 권총이 도쿄 올림픽부터 제외되며 주종목을 속사권총으로 바꿨다. 2022년 경기도청 입단 후 당시 팀 선배인 국가대표 김서준의 권유와 지도로 집중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로 첫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사대에 섰다. 메달 유망주로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속사권총 참가자 29명 중 본선 4위로 6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해 금메달 결정전서 리위에홍(중국)에 이어 ‘깜짝 은메달’을 획득했다. 전천후 권총선수 조영재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권총 5개 종목의 총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선학기자
조영재는 당시 상황에 대해 “4위 결정전까지는 메달은 생각도 안했다. 그저 욕은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 운이 많이 따랐다”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김승환 경기도청 감독은 노력의 결과로 평가했다. 그는“(조)영재는 5개 총기를 관리하느라 바쁜 중에도 매일 저녁 숙소 인근 운동장을 10㎞씩 달릴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며 “매사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 다 종목을 소화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올림픽 메달로 당시 국군체육부대 소속이었던 조영재는 2개월 앞당겨 조기 전역을 할 수 있었음에도 만기 전역을 했다. 이에 대해 조영재는 “함께 입대해 고생한 동기들과 전역하고 싶었다. 또한 절제된 군생활이 체질에 맞았다”고 설명했다.
전역 후 타 팀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경기도청에 복귀한 조영재는 지난 4월 창원시장배대회서 공기권총과 센터파이어권총 1위로 2관왕에 올랐고, 5월 대구시장배대회 센터파이어권총, 6월 IBK기업은행장배대회서 스탠다드권총 우승으로 3개 종목에 걸쳐 시즌 4관왕에 올랐다.
남다른 노력으로 ‘팔방미인 사수’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조영재는 “쉽지 않지만 한 대회에서 권총 5개 종목 모두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다”라며 “또한 내년 아시안게임(아이치·나고야)에서 메달을 획득한 뒤 2028년 LA 올림픽서는 금메달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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