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임대차 시장 투명화 목적
목적 달성 못한 채 종료
전세사기도 못 막은 제도
5년 만에 부활한 등록제
4년에서 6년으로 증가
단기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도가 올 6월 부활했다. 2020년 폐지한 지 5년 만이다. 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 시절 '물밑에 있는 민간임대 시장을 세금 혜택으로 투명화하겠다'는 취지로 추진했지만 '집주인의 세금만 줄여줬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채 폐지했었다. 다시 시작한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도는 이재명 정부에선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이 제도의 부활을 결정한 건 부동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윤석열 정부다.
단기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도는 2020년 사라졌다가 5년 만에 부활했다.[사진 | 뉴시스]
5년 만에 단기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도가 부활했다.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 이른바 '빌라'라고 불리는 주택이 대상이다. 왜 '빌라'는 5년 동안 민간임대주택 등록제에서 빠져 있었던 걸까.
■ 시작점 = 일단 시작점으로 돌아가보자. 민간임대주택 등록은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대폭 확대했던 정책이다. 단기(4년) 혹은 장기(8년)간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한 주택을 '민간임대등록주택'으로 만드는 게 골자다.
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 그리고 정부 모두에게 민간임대주택을 등록하는 건 각기 다른 이점이 있다. 임대인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차인은 임대료 상한폭 5%가 적용된 집에서 정해진 기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다.
정부는 '집주인'의 목록을 얻는다. 세금을 적게 걷더라도 임대인의 정보를 수집해 '월세' 시세를 파악하거나 임대인의 임대 수익 등을 계산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거다. 아울러 전세반환보증보험 가입도 의무화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전세반환보증보험으로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는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민간임대등록주택' 정책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20년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하자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도가 집값 안정에 별다른 효과를 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정부가 세제 혜택을 철회하면서 민간임대주택 등록을 마친 임대인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결국 2020년 8월 단기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도는 3년 만에 막을 내렸다.[※참고: 2017년 민간임대주택 등록에 세제 혜택을 도입할 때는 단기 임대 4년, 장기 임대 8년짜리가 있었다. 하지만 2020년 8월 제도가 개편되면서 장기 임대 기간을 연장한 10년 장기 임대주택만 남았다.]
■ 재도입 = 문재인 정부 이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지방 부동산을 살리고 전세사기로 위축된 '빌라'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2024년 단기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를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민간임대주택법 특별법을 일부 개정해서 4년이던 단기 임대 기간을 6년으로 늘리겠다는 거였다. 시행은 2025년 6월부터였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국토교통부, 참고 | 12월 기준, 2025년 3월 100 기준]
이에 따라 지난 4일부터 단기 민간임대주택 등록이 시작됐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민간임대주택 등록'으로 빌라를 보유한 임대인들의 세금 부담은 가벼워졌다. 무엇보다 집을 많이 가질수록 더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대상에서 단기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한 빌라가 빠졌다.
취득세ㆍ양도소득세 등 중과세 부담도 줄었다. 빌라를 많이 살수록 세금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구조가 사라진 셈이다. 정부는 이렇게 임대인의 부담을 줄여 시장에 넘치는 빌라가 팔려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단기 민간임대등록이 일으킨 문제는 아직 보완되지 않았다. 2022년 수면 위로 떠올랐던 전세사기사건은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임대사업자들로부터 발생했다. 현행법에 따라 전세보증반환보험에도 가입한 주택이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이 생겼고, 그 규모만 4만명이 넘었다.
민간임대주택 등록제가 임차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제도적 한계도 있었다. 임대사업등록자로 등록한 사람이 몇호의 주택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정부는 민간임대주택에 걸린 채권 규모를 계산하는 게 가능했지만 실질적으로 전세사기의 위험은 막지 못했다.
그렇다고 민간임대주택 등록제가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킨 것도 아니다. 단기 민간임대주택 등록이 가능했던 시기인 2018~ 2020년 연립ㆍ다세대 주택 전월세통합지수(한국부동산원)는 계속해서 올랐다. 제도가 폐지된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2024년에야 반등했다. 제도의 시행 여부 자체가 전월세 가격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단 방증이다.
■ 여전한 한계 = 물론 달라진 점도 있다. 올해 6월부터 등록하는 민간임대주택은 기존보다 주택을 꼼꼼히 본다. 가치를 과하게 계산하지 않기 때문에 전세보증보험에서 감당할 수 있는 보증금도 줄어든다. 전세사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안전장치다.
하지만 이는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하지 않아도 적용하고 있는 안전 장치에 불과하다. 전세사기 사건 이후 일반 주택의 보증보험 기준치도 높아졌다. 그렇다면 부활한 민간임대주택의 이점은 결국 세금 경감만 남는다.
정부가 전세사기로 인한 악성 임대인 목록도 발표하긴 했지만 이 역시 단기 민간임대주택 등록제와는 무관하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임대주택 등록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봐야 한다"며 "세금 경감만 이뤄질 뿐 민간임대주택 등록으로 실질적인 주거 환경 개선이나 임차인의 안정된 주택 임대가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단기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는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시 꺼내든 정책이다. 전세사기로 빌라를 피하는 임차인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뜯어고쳐야 할 전세 제도는 유지한 채 세금 경감이나 자금 유입만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기존 정부가 다시 부활시킨 '단기 민간임대주택 등록' 제도는 이재명 정부에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다시 폐지 수순을 밟을까.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할 때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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