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AI 미래기획 수석비서관 말말말/그래픽=이지혜
이재명 정부가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을 대통령실 AI(인공지능) 미래기획 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하면서 하 센터장이 강조해 온 '소버린 AI'가 주목받는다. '소버린 AI'는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해진 네이버(NAVER)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게 된 이유로도 알려졌다.
16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소버린 AI'를 AI 시대 새로운 도전과제로 보고 있다. 소버린은 '자주적인'이라는 의미다. '소버린 AI'란 각 국가가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그 국가나 지역의 제도, 문화, 역사, 가치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을 가리킨다.
오픈AI, 딥시크 등 글로벌 빅테크가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으며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가운데 네이버는 AI 독과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네이버는 특정 문화권의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글로벌 시장을 독과점하게 되면 다른 문화권의 고유한 특성을 간과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네이버는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소버린 AI'를 강조한다. 생성형 AI가 미래사회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인 만큼 특정 국가의 AI 기술에 의존하게 되면 단순한 기술 비용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정책의 자율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위협하는 종속 문제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LLM(대규모언어모델)의 경우 이용자가 많을수록 성능이 향상돼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독점과 기술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올해 초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도 '소버린 AI' 전략을 더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AI 시대 첫 대표인 최수연 대표가 연임하며 사업을 이끌고 창업자가 직접 등판해 지원 사격에 나서며 조직 기강을 다잡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은둔의 경영자였던 이 창업자는 그동안 데이터 주권을 강조해 왔다. 은둔 중에도 데이터센터 개소식이나 AI 서울 정상회의 등 공식 석상에 나서 데이터 주권을 강조했다.
이 창업자는 과거에도 국내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야후와 구글에 네이버 검색으로 맞선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어에 특화한 검색 엔진과 사용자가 직접 질문과 답을 올리는 '지식인' 서비스 등으로 기존 검색 시장에 침투해 점유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한국처럼 자국 검색 엔진을 가진 나라는 몇 개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 창업자가 AI 시대에 또 한 번 위기를 느끼고 복귀한 것 아니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하 수석은 향후 '소버린 AI' 전략에 맞춰 국내 AI 산업 발전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그는 지난 5월 페이스북에서 "새 정부 AI부가 생긴다면 일본처럼 관료보다 민간 전문가로 상당수 채용하고 순환보직 예외로 해서 전문성을 살리되 스타트업처럼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운영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하면 2~3년 후 AI 분야에서 일본에 추월당할 뿐 아니라 AI 중진국으로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하 수석이 평소에 주장해 온 국가 차원의 AI 지원도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GPU를 대량 구매해 국가대표 AI 기업 몇 군데에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전 정부에서 추진해온 국가 주도 초거대 AI 개발 프로젝트인 '월드 베스트 LLM'과 이 대통령 공약에 포함한 '전 국민 AI 도구 활용'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좌초 위기에 처한 AI 디지털 교과서도 재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하 수석의 경우 전문성과 리더십을 두루 갖춘 인재로 평가받는다"며 "연구만 해온 사람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AI 기술을 개발하고 전 세계를 다니며 새로운 AI 기술을 학습하던 사람이 수석으로 임명된 만큼 향후 AI 정책과 산업을 동시에 잘 챙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