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고위급 “관계발전 소통”
나가시마 보좌관 방한 강연
“양국, 자국민 설득해나가야”
“한·일, 미에 공동대응 필요
유익한 존재임을 보여줘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에 한·일 약식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측근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국가안전보장 담당 총리특별보좌관이 16일 방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을 찾은 첫 일본 고위급 인사로, 나가시마 보좌관은 한·일 과거사에 대한 ‘정치적 관리’ 필요성을 한국 측에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일보가 이날 입수한 나가시마 보좌관의 한국외교협회·최종현학술원 주최 특별강연 초안에 따르면 나가시마 보좌관은 ‘역사 문제의 올바른 관리를 위한 3대 원칙’을 제안했다. △단기적 이해득실에 얽매이지 말 것 △과거 합의에서 후퇴하지 말 것 △양국 국민들을 설득해 나갈 것 등이 골자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의 조찬에서도 이 같은 원칙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초안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해 한·일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유익한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에 한·일은 필수적인 존재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북한의 이간질 시도에 휘말리지 않고 북한의 위협에 한·미·일이 함께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최근 불거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논의는 한·일이 마주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또 “일본은 지난 4월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이에 대응해 주일미군사령부의 업그레이드가 추진 중”이라며 주일미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인도·태평양사령부 간 관계 조정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나아가 미사일 방어 시스템 통합 문제도 진전 방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나가시마 보좌관의 방한과 더불어 G7 정상회의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첫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두 정상은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축하하고 양국 관계의 실리적 발전 방향을 논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담에서 나가시마 보좌관의 먼저 제안한 내용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일본 조야에선 이 대통령의 반일(反日) 성향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일본 외에도 G7 회원국과 초청국까지 10여 개국 이상의 정상과 약식·양자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글로벌사우스 국가 정상을 포함해 5곳 이상과 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역시 G7 정상회의 초청국에 이름을 올린 만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정권 초기부터 한·러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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