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지방의원 겸직, 불편한 이해충돌 3편
대전시 전자칠판 입찰의 비밀❷
선호도 제외 요구한 대전 J의원
입찰 방식에서 선호도 뺐지만…
세금 절감 효과 나타나지 않아
전자칠판 입찰 결과 세금 낭비해
대전시교육청의 전자칠판 도입 사업이 지난해 마무리됐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우리는 視리즈 '지방의원 겸직, 그 불편한 이해충돌' 1편(더스쿠프 653호)에서 지방의원의 겸직 문제를 꼬집었다. 우리나라 17개 광역자치단체 의원들은 연평균 6596만원(2024년 기준)을 의정활동비를 받고 있는데도 법적으로 겸직할 수 있다. 돈도 돈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겸직 논란이 이해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가 2022년 7월~2024년 8월 지방의회 20곳(광역의회 7곳+기초의회 13곳)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는 심각했다. 이해충돌 방지법을 위반한 사례가 무려 2318건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한곳당 매월 4.8건의 이해충돌 위반 사례가 터진 셈이다. 지방의회에서 활동하기 전 했던 업무내역을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의원은 절반이 넘었다.
# 지방의원의 겸직 문제는 아이들의 교육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시의원의 요구로 전자칠판과 컴퓨터 입찰 방식을 놓고 논란이 발생한 대전시가 대표적이다. 대전시에선 그 후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653호에서 보도한 '전자칠판 입찰의 비밀' 上편에 이어 대전시 전자칠판 입찰 방식 변경 논란이 낳은 문제점을 계속해서 짚어봤다.
대전시교육청의 전자칠판 입찰 방식 변경 논란이 예산낭비 이슈로 옮겨 붙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視리즈 '지방의원 겸직, 그 불편한 이해충돌' 전자칠판 입찰의 비밀에서 지방의원의 겸직에서 기인한 이해충돌 논란을 보도했다. 대전시교육청이 전자칠판 입찰 방식을 변경하는 데 한 시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 내용이었는데, 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보자. 두번째 中편이다.
2024년 하반기 대전시교육청은 학교에 보급할 전자칠판과 컴퓨터(PC)의 입찰 방식을 바꿨다. 예산절감 등의 명분을 앞세워 '현장 선호도'를 제외하고 100% 추첨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선호도 조사를 입찰 방식에서 제외하라"는 시의원의 수년에 걸친 발언이 입찰 방식을 변경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시계추를 2021년으로 돌리자. 대전시교육청이 그해 도입한 전자칠판사업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대전시 J시의원(이하 J의원)이 이듬해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현장의 선호도'를 반영한 것을 문제 삼은 게 발단이었다. J의원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열린 대전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관련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다.
J의원은 입찰 방식에서 선호도를 제외하고 입찰 참여업체를 늘리면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입찰 방식에서 선호도를 빼면 세금을 더 아낄 수 있다는 것을 입찰 방식 변경의 이유와 명분으로 제시한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전시교육청은 2024년 하반기 전자칠판과 컴퓨터(PC) 입찰 방식에서 선호도를 빼고 100% 추첨 방식을 도입했다. 대전시교육청은 J의원의 압박으로 입찰 방식을 바꾼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존 공개경쟁입찰에서 사용해온 '표준평가방식'에서 선호도를 반영하는 방식이 없어졌다는 게 이유였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조달청은 2023년 6월 다수공급자계약(Multiple Award Schedule·MAS)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행정규칙을 개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4종류였던 표준평가방식을 2종류로 단순화했는데, 제외된 두개 중 하나가 선호도를 반영하는 방안이었다.
이렇게 개선한 MAS 제도는 그해 7월 1일 시행됐다. 문제는 선호도를 반영할 방법이 없었던 건 아니란 점이다. MAS 제도엔 표준평가방식 외 제품 기술력·품질 등을 평가하는 종합평가방식도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선호도를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전시교육청은 종합평가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기존 입찰제도에서 선호도를 반영하는 방식이 사라졌다"는 대전시교육청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숱한 논란 끝에 변경한 전자칠판 입찰 방식(선호도 제외)은 J의원과 대전시교육청의 판단대로 예산 절감 효과를 발휘했을까. 그렇지 않다. 바뀐 입찰 방식으로 전자칠판과 PC를 구매하면서 세금은 더 들어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해 12월 열린 대전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의 내용을 살펴보자.지난해 대전동부교육지원청은 248대, 서부교육지원청은 263대의 전자칠판을 구매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두곳 모두 전자칠판을 일반적인 공급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했다.
대전동부교육지원청은 조달청에서 평균 490만원인 전자칠판을 대당 50만원이나 비싼 547만원에 구입했다. 서부교육지원청은 520만원 수준인 전자칠판을 556만원에 구입하면서 대당 30만원가량의 세금을 더 썼다.
결과적으로 전자칠판을 장만하는 데 2억원(동부교육지원청 1억2000만원+서부교지원육청 7800만원)의 세금을 더 지출한 셈이다. 전자칠판 제조업계에선 이를 '입찰 방식을 변경한 데서 기인한 결과'라고 꼬집고 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입찰 방식에 선호도가 있었을 땐 업체들이 높은 사양의 전자칠판을 낮은 가격에 공급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100% 추첨 방식으로 바뀌면서 좋은 제품을 싸게 판매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는 "대전시교육청이 요구한 기본 사양에 가격대만 비슷하게 맞추면 낙찰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결국 가격은 같은데 낮은 사양의 전자칠판이 낙찰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이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대전시교육청은 "학교에 공급되는 시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나눠서 발주를 한 것"이라며 "절감할 수 있는 예산이 5% 정도 차이는 나지만 학교에 빠르게 공급하려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둘 중 어느 쪽이 진실의 혀를 깨물고 있는 걸까. 지난해 낙찰된 전자칠판의 사양을 보면 답이 나온다. 결론을 살짝 공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대전시 동부교육지원청이 구매한 전자칠판은 86인치 크기에 램 16GB, 메모리 512GB 제품이었다. 서부교육청은 86인치, 32GB, 메모리 512GB인 전자칠판을 구입했다.
대전시교육청이 설치비 등 부대비용을 포함해 전자칠판 1대당 들어간 예산은 모두 660만원이었다. 사양이 다른 제품을 같은 가격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視리즈 '전자칠판 입찰의 비밀' 下 편에서 이어나가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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