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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2025.06.06.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2일 만에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이 대통령이 주장해온 '국익중심 실용외교'도 첫 시험대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한미·한일 양자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난 6개월 간의 정상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상호 신뢰를 재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한국시간 기준)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로 출국해 1박3일 일정을 마치고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날 출국 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자리를 통해 각국 정상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통상 문제를 비롯한 현안에서 실질적 성과 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계엄과 내란을 이겨낸 우리 국민들의 위대함과 K민주주의 저력을 세계에 알려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취임 후 단기간 내 이번 방문을 전격적으로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민주주의와 외교, 경제통상 영역에서의 복원을 바탕으로 실용 외교를 적극 추구하는 계기라는 의미가 있다"며 특히 "지난해 계엄 위기로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 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주요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들과 조기에 신뢰관계를 구축, 이 대통령이 주장했던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첫 단추를 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이번 정상회의 참석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선서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국제적 위상을 높여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단시간 내 결정된 해외 방문인 만큼 이 대통령은 지난 14~15일 주말은 물론 출국 직전까지도 참모진과 회의를 거듭하며 G7 정상회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 주목하는 것은 한미·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 통화에서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약속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만남이 된다. 장시간 회동 대신 10분 안팎의 '풀어사이드'(Pull-aside) 방식의 약식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페루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퇴임을 앞두 조 바이든 미국 전 대통령과 약식으로 약 10분간 회담했다.
한미 간 현안으로는 7월8일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른 통상 협상,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굵직한 과제들이 거론되나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이에 대해 직접 논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G7 정상회의 중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통상 문제 등 구체적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선제압하는 식으로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겠다. 어떻게 대응할지는 준비를 좀 해야할 듯하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앞으로 대화를 통해 잘 풀어나가자는 식으로 여유를 갖고 대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2025.06.09. bjko@newsis.com /사진=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한번에 풀기 어려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신뢰관계 회복에 좀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장은 "미국과는 장기적으로 무역 통상 문제나 방위비 문제 등을 잘 풀어나가야 할텐데 그 전에 최대한 우호적 신뢰 관계를 트럼프 대통령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며 "신뢰 관계를 구축해 두면 향후 양국 실무진이 협상에 들어갔을 때 긍정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해인만큼 양국 정상이 만나 우호관계를 재확인할 수 있고 또 그와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정남 원장은 "새 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 외교 안보 정책의 기조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클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 기조를 기존대로 잘 해나가겠다는 뜻을 보여주는 한편 우리나라 외교 기조와 관련해 해외의 우려들을 불식시켜줄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도 이번 G7 정상회의 중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가장 챙겨할 부분으로 "신뢰 회복"을 꼽았다. 민 교수는 "지난 6개월 간 정상외교 공백이 있었는데 이번 회담은 외교 정상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새 정부 출범이 아직 2주밖에 안됐다는 점에서 G7 정상회의에 간다는 것은 실질적인 성과보다 그동안의 국내 정치 혼란에 따른 리스크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미, 한일 양자 회담 외에도 G7 정상회의 기간 중 캐나다에 초청된 다른 옵저버(참관국) 국가들과도 회담을 조율 중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도 이번 회의에 초청된 만큼 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간 조우가 있을지, 있다면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전쟁중인 상황에서 지원 문제가 거론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비해 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윤창용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장(전 주러시아대사관 정무공사)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 격화로 미국의 관심이 중동에 쏠리고 있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만날 경우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점, 북한과 러시아라는 공통의 적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한국에 더 많은 지원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원장은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약식으로 이뤄진다면 러시아를 향해선 한러 관계 복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별도의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전후 복구문제가 우리나라에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국제법 원칙에 입각해 전임 정부 수준의 우크라이나 지원책 논의를 이어갈 필요는 있다"고 봤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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