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산업 전체 아닌 SMR에만 초점
"경제성·안전성 미확인, 폐기물 많아"
"대량 생산과 기술 개발로 해결 가능"
특별법 우선순위, 여당 내 의견 분분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에 참여 중인 170메가와트(MW)급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의 가상 조감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이재명 정부 집권 여당 의원이 발의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지원 특별법을 둘러싸고 환경단체와 원자력학계가 대립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SMR의 경제성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원자력학계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미래 에너지 기술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1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SMR기술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원자력 산업 전체가 아닌 SMR 개발 진흥에만 초점을 둔 특별법이 제안된 것은 처음이다. SMR은 발전용량 300메가와트(㎿) 이하의 소규모 원자로로, 주요 기기를 모듈화해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원전이다.
황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에는 △SMR 기술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민간 참여를 진작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SMR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지원을 촉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황 의원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원전 강국은 이미 SMR 개발 지원 정책을 마련한 만큼 우리도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AI) 각축전,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산업구조 재편 등의 변화 속에서 SMR은 안전과 혁신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라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특별법이 발의되자마자 환경운동연합은 “기술적으로 실증되지 않은 SMR 개발에 투자하다 기후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미국 기업 뉴스케일은 경제성이 부족해 SMR 사업을 중단한 적이 있고 중국, 러시아 등 SMR을 건설하는 나라들도 예상보다 3배 더 많은 비용과 기간 부담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스탠퍼드대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에 따르면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단위 에너지당 20~30배 더 많은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원전산업계는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특별법 지지를 선언하며 환경단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원자력학회는 SMR의 경제성에 대해 “현재 개발 초기 단계여서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을 수 있으나, 최초 호기가 성공적으로 개발되고 모듈화·표준화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방사성폐기물 문제에 대해서는 “SMR의 핵연료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재활용 기술 등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특별법에 SMR 개발 촉진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을 포함해 원전 강국들의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R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SMR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번 법안 역시 이런 배경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내세웠던 만큼 SMR 특별법의 우선 순위에 대해서는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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