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게임사 2대주주 올라 경영에도 '입김'
중국 텐센트가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게임 업계가 화들짝 놀랐다. 크래프톤, 넷마블, 시프트업, 웹젠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텐센트를 이미 2대 주주로 맞이해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는데, 경영권에 눈독을 들이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텐센트 측은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 회장의 유족과 접촉해 지분 인수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말 현재 넥슨의 지주사인 NXC 지분은 고 김 회장의 배우자인 유정현 NXC 이사회 의장이 33.35% 보유하고 있으며, 두 딸 정민·정윤 씨가 각각 17.16%를 보유하고 있다. 두 딸은 절반씩 소유한 유한책임회사 '와이즈키즈'를 통해 NXC 지분을 1.69% 더 보유했다. 총수일가의 NXC 지분율은 69.36%에 달한다.
1994년 고 김 회장과 함께 넥슨을 설립한 바 있는 유 의장은 2022년 초 남편의 갑작스런 별세 이후 지주사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경영권을 물려받았으나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외신과 업계는 텐센트가 넥슨그룹 총수일가의 지분을 매수할 경우 도쿄증시에 상장된 '넥슨재팬'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약 20조원짜리 딜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텐센트가 다른 경로로 넥슨 인수를 타진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넥슨그룹 총수 일가는 5조3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상속세 가운데 4조7000억원은 NXC 주식(30.64%)을 정부에 물납하는 방식으로 납부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수차례 이 지분을 매각하려고 했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텐센트가 이 지분을 사들여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을 뿐더러 정부도 국내 최대 게임사 지분을 중국에 넘겼을 때 여론 악화라는 리스크를 떠안아야해 성사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현재 넥슨과 NXC 측은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총수일가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재교 NXC 대표도 해외에 머물고 있어 전화 연결이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게임업계는 고 김 회장 생전인 2019년 초 넥슨 매각이 추진됐던 점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진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 오간다.
문제는 텐센트가 넥슨뿐 아니라 다양한 국내 게임사 지분을 대규모로 확보하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텐센트는 세계적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게임업계 M&A의 큰 손이기도 하다.
텐센트의 입김이 닿고 있는 국내 게임사 중 대표적인 곳은 크래프톤이다. 텐센트는 이 회사 지분을 14.62%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15.70%)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및 전세계 퍼블리싱(유통)을 맡고 있다.
텐센트는 넷마블 지분도 17.52% 확보해 2대 주주로 있다. 방준혁 의장(24.12%)에 이어 두번째로 큰 지분율이다. 또한 텐센트게임즈의 피아오 얀리 부사장은 넷마블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직을 3회 연속 연임했고, 최근에는 리나촨 텐센트게임즈 사업개발총괄이 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텐센트는 시프트업 지분도 34.85%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김형태 대표(38.85%)과 근소한 차이다. 텐센트는 샤오이마 부사장을 시프트업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로 배치한 바 있다. 시프트업은 텐센트와 협력해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를 중국에 출시하기도 했다.
웹젠 지분 20.66%도 텐센트 몫이다. 김병관 창업자(27.60%)에 이어 2대 주주인 텐센트는 웹젠과 '뮤 오리진' 관련 협력을 해왔다. 텐센트는 2018년 카카오게임즈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 회사 지분 3.88%도 갖고 있다. 아울러 카카오게임즈의 모회사 카카오 지분도 5.95% 보유하는 등 국내 게임 업계 곳곳에 발을 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한국 정부와 국내 시장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렸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며 "텐센트는 국내 다양한 게임사와 협업하면서 기술을 습득하고 성장하는 한편 중국 진출의 파트너 역할을 맡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태도가 바뀔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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