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주 정보미디어부 부장
"인공지능(AI) 분야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장이다. 최전방에 나서는 기업들이 잘 싸울 수 있도록 보급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이 발탁됐다. 하 수석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동명의 영화배우보다 더 유명한 인물로, 현재 국내 AI산업 생태계에서 가장 왕성한 대외활동을 펼쳐온 실무형 전략가로 꼽힌다.
그가 2024년에만 AI를 주제로 한 외부 강연은 800건이 넘으며, 'AI 전도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 교장을 맡아 AI 인재 확보의 현장에 직접 나섰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한국형 AI'의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국내외 포럼, 정책간담회, 언론 인터뷰를 통해 AI 주권, 글로벌 협력, 안전성, 인재전략 등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피력해온 몇 안 되는 기술 중심 리더다.
그가 지난 1년간 내놓은 발언은 이재명 정부의 AI 전략과 정확히 맞물린다. "AI는 국가 인프라와 같으며,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전력 공급 같은 기반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민간이 전면에서 싸워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AI를 단순한 산업의 한 분야가 아닌 국가전략의 핵심 축으로 보는 관점을 담고 있다.
그가 특히 강조해온 개념은 '소버린 AI(sovereign AI)'다. 쉽게 말해 주권을 가진 AI다. 단순히 AI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언어·문화·가치를 반영한 주권형 AI를 스스로 구축하고,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GPU·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책임지고, 민간이 전면에서 기술경쟁에 나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재명 정부가 신설한 AI미래기획수석은 디지털 기술이 국가안보, 산업, 노동, 교육, 문화 전반에 걸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정부가 AI를 정책 핵심축이자 권한 중심 구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이다.
이러한 인사의 메시지는 업계에도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 규제보다 전략, 선언보다 인프라, 실험보다 실전이라는 정부의 방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AI산업의 가장 큰 병목이 GPU 수급과 인재 확보라는 점에서, 하 수석이 강조해온 소버린 AI 생태계와 기반 인프라 전략은 이제 현실적 정책의 좌표로 삼을 수 있다.
하 수석이 민간에서 축적해온 통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이라는 무대에서도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길 기대한다.
yjjo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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