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우주주권
3년전 개발 마치고
발사체는 해외의존
벌써 4번째 미뤄져
유럽 발사체 기업
"내년 1분기" 통보
아리랑 6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아리랑 6호' 발사 시점이 또다시 내년 초로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랑 6호는 가로·세로 50㎝ 크기 물체까지 식별이 가능한 이른바 서브미터급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하는 다목적 실용위성으로 국내 기술진이 독자 개발했다. 하지만 발사체를 해외에 의존하다 보니 발사 시점을 정하지 못하는 게 문제의 대목이다.
이에 '반쪽짜리 우주 주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우주항공청 등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6호의 발사 일정과 관련해 유럽 우주발사체 기업 아리안스페이스에서 내년 1분기로 미뤄질 것이라는 일방 통지를 받았다.
아리랑 6호는 2022년 러시아 안가라 발사체를 활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사가 연기됐고, 이에 정부는 유럽의 발사 서비스 제공업체인 아리안스페이스와 새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아리안스페이스의 발사체인 베가C에 결함 문제가 터졌다. 이후 2023년 12월에서 2024년 12월, 올해 하반기 등으로 잇따라 미뤄지다 또다시 내년으로 연기된 것이다.
K로켓 없는 설움 … 위성 개발해놓고 '창고행'
발사가 네 차례나 연기되면서 '아리랑' 6호는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창고에 보관 중이다. 언제든 쏠 수 있는 자력 우주 발사체를 보유하지 못한 한국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국가 우주개발계획상 10년 안에 이 같은 현실을 타파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1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당초 아리랑 6호와 함께 러시아 앙가라발사체로 2022년 발사 예정이었던 차세대중형위성 2호도 발사를 수년째 기다리는 중이다. 아리랑 7호 역시 발사가 계속 연기돼 올 하반기에야 발사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발사체 업체에서 일정이 밀렸다라고 하면 꼼짝없이 통보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개발이 완료된 위성이 발사를 대기하다 보면 수백억 원씩 혈세가 낭비된다. 모든 것이 우리 자력으로 언제든 쏠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노스페이스 등 국내에 우주발사체 민간 기업들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소형 발사체를 주력으로 한다. 아리랑 6호나 차세대중형위성 2호 같은 대형 위성들은 쏘지 못한다.
한국은 중대형 발사체인 누리호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누리호로 대형 위성들을 쏘긴 힘들다. 아직 시험발사를 3회밖에 하지 못했으며, 아리랑 6호 같은 위성을 실으려면 페어링(위성덮개)이나 구조 등에 대한 맞춤형 개량이 필요하다. 개량 사업을 통한 누리호 추가 발사에 대한 목소리가 과학기술계에서 높은 이유다. 현재 우주항공청은 누리호 7차 발사에 대한 예산 약 1000억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량 사업이 아닌 누리호를 단순히 1번 더 쏘는 내용이다.
신의섭 전북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차세대발사체는 2035년에야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누리호 추가 발사가 없다면 근 10년간 한국 우주발사체 공백기가 생기고, 해외 발사체를 사용하며 겪는 위성 발사 연기는 피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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