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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가수 정훈희가 데뷔곡 '안개'와 박찬욱 감독에 얽힌 비하인드를 전했다. 또한 인순이와 가족 같은 사이라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16일 방송된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 식탁'에는 정훈희가 데뷔곡 '안개'에 영감을 받아 연 전시를 기념해 가수 인순이, 박상민, 박구윤을 초대한 모습이 그려졌다. 이 자리에는 남편 김태화도 함께했다.
이날 정훈희는 부산에 있는 라이브 카페 땅을 김태화가 30년 전에 샀다고 말했다. 김태화는 "내가 땅을 보고 바로 계약을 했다"며 "나중에 보더니 아우성을 치더라. 다 쓰러져가는 집을, 모래 위에 바람 불면 날아갈 집을 계약했다고 (정훈희한테) 혼났다"고 밝혔다.
정훈희는 "뭔 이런 집을 사냐고 했다. 그랬더니 '우리 30년 후 나이 70 돼서 노래하고 싶으면 어떡할 거야? 하더라. '그때 우리 집에서 노래하면 좋지' 해서 사놨다. 지금은 3시에 노래하는데 한 2시쯤이면 심장이 방방 뛴다. 이 나이에 심장이 뛰는 게 살아있다는 증거 아니냐. 또 눈썹 붙이면서 '나 가수 정훈희지' 한다"며 웃었다.
매주 관객과 호흡하며 에너지를 받고 있는 정훈희는 지금도 노래를 할 수 있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박구윤이 "심장 뛰는 게 그것도 있지만 값이 많이 올랐는가"라고 묻자, 정훈희는 "많이 많이 많이"라며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데뷔곡 '안개'에 얽힌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정훈희는 "17살에 '안개'를 부를 때는 철없이 가진 목소리로 낭랑하게 불렀고, 그러고 60년이 다 되도록 부른 노래를 10년 전부터 안 불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느 날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안개'를 불러달랍니다' 하길래 '누가?'라고 물었더니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주제가로 꼭 필요하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안개'를 안 불러주시면 영화 접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 송창식 선배와 같이 불러달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정훈희는 송창식이 성대결절 수술 두 번을 받은 후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다고 거절했지만, '나도 똑같다. 녹음이나 해보자'는 말로 송창식을 설득했다며 "그렇게 불렀더니 '너무 좋다'고 하더라. 송창식에게 하길 잘했지 않냐고 물으니 '이런 재미가 있네'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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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9년 차 정훈희는 지난 1968년, 1970년, 1972년 베트남으로 위문공연을 갔을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한 번 갈 때마다 한 달씩 있었다. 베트남에 갈 때마다 행여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나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유서를 썼다"고 고백했다. 1968년 17살이었을 당시, '강 건너 등불'을 부르면 군인들이 많이 울었다며 "지금도 '강 건너 등불'을 못 부른다. 우리나라가 잘 된 건 그분들 덕이다. 그때 '메이드 인 코리아'는 몸 밖에 없었다"고 떠올렸다.
또한 1972년 서울 시민회관 화재 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는 "무대 옆 화장실에 있는데 매니저가 '빨리 나와. 불났어' 하더라. 나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나오니 정말 무대가 불타고 있었다. 치마에도 불이 붙어서 치마를 뜯고 회관을 나왔다. 그리고 한복 앞섶이 풀어진 채로 정신을 잃었다. 이후 2개월을 원인 모를 열병으로 한 달 간 입원했다. 41도 고열이 났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정훈희는 인순이가 첫째 아들의 결혼식에 한걸음에 달려와 축가를 해줬고, 어머니를 떠나보낼 때도 몇 시간을 함께 있어줬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혼혈 2세 출신인 인순이는 출산 전 정훈희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며 "나를 닮아 나온다면 아이가 힘들 거고, 그런 부분을 언니와 상의하면 '낳아서 잘 키우면 되지. 뭘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자 박상민은 "그런데 지금은 정말 잘 컸지 않냐"고 했고, 정훈희는 "(인순이 딸이) 스탠퍼드대 들어가고 나서 전화 끊을 때마다 '아무나 스탠퍼드 들어가니?' 한다. 그리고 인순이도 공부했으면 머리 팽팽 돌아갔을 애다"라고 말했다. 이에 인순이는 "제가 작년에 검정고시 붙었지 않냐"며 웃었다.
또한 정훈희는 인순이가 지난 2013년 강원도 홍천에 다문화 대안학교를 설립한 것을 언급하며 "'중학교, 고등학교 때 배워야 할 기본, 사람이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기본을 가르칠 거야' 하는데, 내가 인순이한테 언니라고 큰소리쳤던 게 너무 부끄럽더라. 정말 속이 깊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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