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AI수석의 ‘소버린 AI’ 생태계 구상
이재명 정부의 초대 AI 수석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 /뉴스1
대통령실 첫 AI 수석으로 취임하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은 AI 선행 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이끈 실무 전문가다. 2017년부터 클로바AI리서치 리더로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총괄했고, 2023년부터 AI 기술 상용화를 하는 이노베이션센터장을 맡았다. AI 개발과 운영을 모두 담당한 경력 때문에 100조원의 AI 투자를 이끌 ‘컨트롤 타워’로 낙점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 수석은 16일 본지 통화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지만, 그 동안 고민하고 말해온 내용들을 정책으로 구체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AI 공약은 하정우 수석 주장의 요약 정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주당 유튜브 채널에 하 수석과 함께 출연해 “저번에 잡았어야 되는데, 언젠가 다시 같이 가야 되겠죠”라며 영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 수석은 ‘한국형 소버린 AI 모델 개발’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챗GPT 등장 이후, AI 업계에서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인사다. 그는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소버린 AI가 있어야 한국의 IT 서비스가 글로벌 기업에 종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AI 모델을 기반으로 여러 AI 서비스가 나오는데, 해외 기업이 모델 이용료를 올리거나 서비스를 중단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안이 될 수 있는 국내 AI 모델이 없을 경우, 국내 기업들은 가격 협상력을 잃게 된다. 앞으로 AI가 국방·공공 부문에 점점 더 많이 쓰이면서 안보 차원에서도 소버린 AI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하 수석은 지난 1년간 강연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정부가 GPU를 구매해 국가대표 AI 기업에 제공하고, 이 기업들이 개발한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함으로써 생태계를 만드는 구상을 제시했다. GPU는 한 번에 많은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특화된 장치로 AI 반도체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AI 개발에서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하지만 한국 기업의 구매력이 약해 고성능 GPU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 수석은 “정부가 GPU 1만개를 사서 이 중 5000개를 한국 대표 AI 기업 서너 곳이 쓸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5000개를 대학이나 연구 시설, 스타트업에서 쓰게 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정부 자산인 GPU를 시장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임차하는 방식이다. 이 대통령은 AI 공약에서 “GPU 5만장을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하 수석의 기존 구상보다 5배나 많은 양이다.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돈을 벌게 될 텐데 정부가 세금을 들여 지원해 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에 대해 하 수석은 “정부의 GPU를 활용해 만든 모델은 국내에서 오픈소스로 풀거나 공공의 영역에 한해 쓰게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스타트업이 오픈 소스로 공개된 AI 모델을 사용해 서비스를 만들면 AI 생태계가 이뤄진다. 또 반도체 제조나 신약 개발 등 국가 전략 산업에 이런 AI 모델을 활용할 경우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
하 수석은 궁극적으로 민관이 협력해 개발한 소버린 AI가 수출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버린 AI를 필요로 하지만 AI를 개발할 역량이 없어 신뢰할 만한 AI 파트너를 찾고 있는 국가들이 그 대상이다. 중동이나 동남아 국가들이 대표적인 예다. 국가 대표 기업들이 오픈한 AI 모델을 바탕으로 다른 국내 기업이 ‘아랍어 중심 LLM’ ‘인도네시아 중심 LLM’ 등 각국에 맞는 소버린 AI를 만들어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하 수석이 구상하는 소버린 AI 생태계가 완성되기 위해선 또 다른 AI 공약인 ‘AI 투자 100조원’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 AI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GPU를 비롯해서 데이터센터, 전기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며 “100조원은 물론, 그 이상이 들 수도 있다”고 했다. 100조원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AI) 연산에 필수적인 반도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빠르게 연산할 수 있어 AI 모델의 데이터 학습에 강점이 있다. 원래 게임용으로 쓰였지만, AI 개발·운영에 활용되고 있다. 세계 선두 주자로 엔비디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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