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AI 생태계서 생존할 방법은
그래픽=백형선
정부가 ‘한국형 인공지능(AI)’ ‘소버린(주권) AI’를 추진하는 것은 국내 AI 산업 생태계에 가져올 파급효과 때문이다. 윤성로 서울대 교수는 “성능 면에서 소버린 AI가 빅테크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지만, 비슷한 수준만 되어도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방 등 공공 분야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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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 생태계는 크게 반도체 설계와 반도체 제조·패키징, 클라우드(가상 서버), AI 모델, AI 서비스 등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술력뿐 아니라 국가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등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은 오픈AI·구글·엔비디아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이런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중국도 딥시크 같은 고성능·저비용 AI 모델을 선보이고, 반도체 기술 자립을 통해 미국에 맞서고 있다. 대만은 TSMC가 최첨단 AI 칩의 약 95%를 생산하고, 폭스콘 등이 AI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있다. 한국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하면 AI 산업 생태계 선두 분야가 없다시피 하다. 다만 최근 퓨리오사AI·리벨리온 등이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네이버·LG 등이 독자적인 AI 모델을 내놓고 있다. ‘소버린 AI’가 현실화되면, AI 모델 개발과 이를 응용한 서비스로 AI 산업 생태계를 더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AI 5대 생태계
반도체 설계는 핵심 AI 칩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의 가장 기본이다. 미국의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시작되자, 중국도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 역량을 키우고 있다.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는 엔비디아의 칩만큼 성능이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는 메타(페이스북 모회사)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퓨리오사AI나 리벨리온 같은 AI 칩 설계 회사들이 있다.
반도체 제조 분야는 대만이 앞선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TSMC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AI 칩을 독점 생산하고 있다. 한국의 SK하이닉스는 AI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대만의 폭스콘과 콴타는 이들이 만든 AI 칩을 조립해 데이터센터용 서버를 제조한다.
클라우드(가상 서버)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모델이 구동되는 가상의 공간이다. 아마존·MS·구글 같은 빅테크들은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이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기업들이 세계 데이터센터 건설과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MS가 한 해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비용은 800억달러(약 109조원)에 달한다.
◇한국도 AI 모델·서비스 공략
기업들은 이렇게 구축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개발한다. 오픈AI는 2022년 말 챗GPT를 선보이며 ‘AI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비롯해 메타의 ‘라마’, 구글의 ‘제미나이’ 등이 글로벌 AI 모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테크 기업들도 AI 모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딥시크뿐 아니라 바이두·알리바바 등이 미국 빅테크에 버금가는 AI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유럽에서도 소버린 AI 전략에 따라 자국 언어를 사용하는 AI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프랑스의 미스트랄AI가 대표적이다.
테크 기업들은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AI 산업에서 수익화를 위해 치열한 ‘AI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팰런티어는 정부·국방 데이터 분석에 AI를 적용한 회사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몸값이 치솟았다. 현재 팰런티어의 시가총액은 약 3243억달러로, 전통 방산 기업인 록히드마틴(1140억달러)의 3배에 가깝다. 이 밖에도 AI는 의료·물류·금융·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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