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이어 애플도 반출 재도전 시사할 듯
지도 반출 결정권 잡은 이재명 정부 선택 주목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잠잠했던 글로벌 빅테크들의 한국 지도 국외 반출 이슈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구글이 신청한 축척 1대 5000 지도 반출 심사를 오는 8월까지 결정해야 하는 가운데 애플도 최근 지도 반출 신청을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통상 갈등 해결이 필요한 새 정부가 구글의 신청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축척 1대 5000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과 관련해 최근 국내 한 대형 로펌에 법률 자문 의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지난 2023년에도 한 차례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한 바 있다. 애플 기기 위치를 추적·관리하는 기능 '나의 찾기'와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 애플 카플레이에 내장된 차량용 내비게이션 고도화를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애플 신청을 반려했다. 업계, 학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에 구글에 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즉시 애플도 다시 신청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전 국회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토론회를 열었다. 2025.05.08. alpac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구글이 신청한 1대 5000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심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달 14일 지도 반출을 유보한 정부는 오는 8월11일까지 반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반출 여부 논의는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통상, 안보, 정보통신, 산업, 외교 등 관련 부처와 함께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열어야 하는데 현재 새 정부 부처 장관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장관 인선 등 상황이 안정된 후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계에서 거론되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 다수가 지도 반출에 신중론을 펼쳐온 만큼 정부가 반출을 다시 반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토부 장관 하마평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토위 여당 간사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두 의원 모두 디지털 주권과 직결되는 엄중한 사안이라며 지도 국외 반출에 신중한 입장을 밝혀왔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2035년까지 휘발유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캘리포니아주 규제를 무력화하는 결의안 서명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2025.06.13.
관건은 미국 정부와의 통상 갈등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한국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을 꼽은 가운데 최근 우리 정부에도 이를 포함한 비관세장벽 관련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대변하는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도 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며 민관 합동으로 압박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구글 지도 반출을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자국 공간정보 스타트업 경쟁력 하락을 꼽는다. 구글이 지도 서비스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자국 일부 스타트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관련 기업 수는 지난해 기준 약 6000개로 이 중 99% 이상이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이다. 이들 기업은 자체 지도를 구축하거나 국가가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관광 등 공간정보 기반 서비스, 기술, 솔루션을 개발한다. 구글에 지도 반출을 허용하면 구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외국 기업들이 잇달아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근거로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생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구글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표준에 맞춘 공간정보 기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쉬워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 서비스를 겨냥한 국내 스타트업은 구글 지도 API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지도 반출이 허용되면 국내·외 서비스 간 개발 통합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서울=뉴시스] 구글 지도는 북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서 만수대대기념비까지의 자동차·도보 경로를 안내할 수 있다. (사진=구글 지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얻기 위해 일부러 한국에서만 자동차·도보 길 찾기 기능을 일부러 제공하지 않는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없는 북한 평양에서도 자동차·도보 길찾기가 된다.
이처럼 업계에서 의문 제기를 지속하는 가운데 구글이 이번 반출 신청 관련해 공개적으로 국내 업계와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길 바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구글이 업계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면 지금은 일방적 설명만 반복되고 있다"며 "구글이 다시 지도 반출을 신청한 만큼 이번에는 국내 공간정보 생태계와의 실질적인 소통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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