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구이용 닭 생산하는 코리아더커드
닭 소비가, 삼계탕·백숙용→부분육 추세
전체 닭 매출에서 부분육 매출이 50% 육박
코리아더커드 남원 공장에서 생산 중인 이마트용 '구이닭' 꼬치/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닭 한 마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고기는 뭘까. 삼겹살이라고 하는 사람도, 한우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횟수로만 보면 닭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도축되는 닭은 연간 10억 마리가 넘는다. 여기에 브라질산, 태국산 등 수입산 닭 소비도 만만치 않다. K푸드의 선두 주자가 치킨인 것도 괜한 게 아닌 셈이다.
우리에게 닭 요리는 늘 '한 마리'였다. 소 한 마리를 수백 가지 부위로 나누는 유일한 나라라는 이야기와 반대로, 닭 요리는 최근까지도 '한 마리'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90년대까지 닭 요리라고 하면 누구나 백숙 혹은 삼계탕을 떠올렸다.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끓여낸 닭 요리는 서민들에게 보양의 대명사였다. 2000년대 이후 외식이 다양화되며 닭갈비, 찜닭, 치킨 등 닭으로 만든 요리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단위는 '한 마리'였다.
한 이마트 점포에서 판매 중인 '구이닭' 꼬치/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조되면서 닭도 부위 별로 요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우 한 마리 치킨 만큼이나 윙·봉·다리 등 특정 부위만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교촌에프앤비의 교촌치킨은 전체 판매 톱인 메뉴가 부위육인 '허니콤보'다.
외식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에서도 가슴살이나 닭다리살, 근위 등 특정 부위만을 모아 판매하는 제품이 인기다. 삼계탕·닭도리탕용 닭 한마리는 매년 매출이 줄어드는 반면 이런 부위육은 매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면 등심·삼겹살처럼 닭고기도 원하는 부위만 골라 사 먹는 문화가 보편적인 풍경으로 떠오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난 12일 이마트에 구이용 부위닭을 공급하는 전북 남원의 코리아더커드 공장을 찾아 닭고기 부분육의 세계를 엿봤다.
도축부터 포장까지 원스톱
코리아더커드는 우리에게 '훈제오리'로 유명한 다향의 토종닭 도축·가공 전문 계열사다. 이마트의 구이용 닭고기도 코리아더커드가 함께 머리를 맞대 선보인 제품이다. 일 최대 3만 마리의 닭을 도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고 도축부터 염지, 절단, 가공, 포장까지 전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날 공장에서는 이마트에 납품할 구이용 닭 중 닭다리살 꼬치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닭다리살 꼬치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했다. 도축과 발골을 거친 닭다리살을 기계로 일정하게 잘라 내면 담당 직원이 얼음 트레이처럼 생긴 판에 닭다리살을 한 조각씩 넣는다. 판이 레일을 따라 움직이면 자동으로 대나무 꼬치가 삽입되면서 닭꼬치가 완성된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꼬치 만들기를 자동화하기 위해 코리아더커드가 직접 개발한 '자동 꼬치 머신'이다.
이마트 닭고기 유통 경로/그래픽=비즈워치
놀라운 건 '속도'였다. 코리아더커드는 전북 남원·부안·정읍·익산에 있는 닭 사육 위탁 농가에서 닭을 받아 남원 공장에서 도계와 가공을 진행한다. 국내에 유통되는 닭다리살 꼬치가 대부분 수입산 냉동닭인 데 비해 여기서는 당일 도축한 닭의 다리살을 바로 작업해 이튿날부터 마트 매대에 진열한다.닭을 받는 당일 오전에 도축부터 포장까지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고, 오후에는 각지의 이마트 물류센터로 상품을 보낸다. 다음 날엔 전국 이마트에서 '전날 잡은 닭다리 꼬치'를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부위만을 구매할 수 있는 '부위육'은 대형마트 육류 매대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이마트에서 '한마리 생닭'은 매출이 5% 줄었지만 부분육 매출은 14% 늘었다. 그 결과 전체 생닭 중 부분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41.4%에서 지난해 46.1%로 늘었고, 올해는 50.2%로 절반을 넘어섰다.
닭꼬치 작업 중인 코리아더커드 남원 공장/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이마트는 이런 트렌드에 맞춰 지난 4월 닭고기 매장을 전면 개편, 대형마트 최초로 '구이용 닭고기 전용 존'을 만들었다. 닭다리살·북채·목살 등 인기 부위를 중심으로 염지를 하거나 소스를 추가해 별도 손질 없이 바로 조리 가능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닭구이닭' 존이 신설된 4월 이후 지난 6월 10일까지 구이용 생닭 매출은 전년 대비 63.7%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100g당 1500원 안팎인 구이용 닭고기가 100g당 2000원 후반에서 3000원대인 삼겹살, 100g당 5000원이 넘는 수입산 소고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만큼 불황형 소비의 선택지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집에서 삼겹살 대신 닭 목살을 구워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닭고기 부위육이라고 하면 닭갈비용 다리살이나 삶아 먹는 가슴살 정도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목살 등 구이용 특수부위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다른 고기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건강에도 좋다는 인식이 있어 부위육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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