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차남, 499달러 스마트폰 출시 발표…월 47.45달러 요금제
미국에서 만든다고 홍보하지만…"사실상 불가능" 비판
16일 트럼프 그룹이 이동통신 사업과 스마트폰 출시를 발표했다. 트럼프 모바일은 세 개의 전국 전화 서비스 제공업체와 동일한 통신 범위를 제공하는 셀룰러 요금제와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사진은 아이폰. 2025.6.16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문이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든다.
16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은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이동통신 서비스 '트럼프 모바일'과 스마트폰 'T1' 출시를 발표했다.
보수 성향의 소비자들을 겨냥해 '주류 통신사의 대안'이 된다는 게 목표다.
대표 제품은 스마트폰 T1이다. 황금색 외관에 성조기가 새겨져 있고 트럼프의 선거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쓰여 있다.
사양은 △6.8인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 △16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50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12GB 램 △256GB 저장공간 등이다. 가격은 499달러(약 68만 원)에 책정됐다.
9월에는 월 47.45달러짜리 요금제도 출시한다. 굳이 47.45달러인 이유는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47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 요금제는 통화와 문자, 데이터가 모두 무제한이며 긴급출동 서비스와 원격 의료 혜택을 제공한다고 한다.
트럼프 모바일은 직접 스마트폰을 설계·제조하거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 T1 모바일 LLC라는 별도의 회사가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트럼프' 이름과 상표를 사용하는 구조다.
이는 트럼프 일가의 재정적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형적인 전략이다.
그동안 트럼프 일가는 운동화, 시계, 성경 등 다른 상품들도 이런 식으로 판매했다. 최근 공개된 재산 내역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만 라이선스 계약으로 800만 달러(약 109억 원)를 벌어들였다.
트럼프 일가는 T1 스마트폰이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고객 서비스센터도 미국에서 운영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 주장이 사실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은 인건비가 높고 공급망이 복잡해 스마트폰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499달러짜리 스마트폰이 '미국산'이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기껏해야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 미국에서 조립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산이라는 주장이 아예 거짓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그룹 대변인은 앨라배마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에서 스마트폰이 제조된다고 밝혔으나 제시된 근거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스타디움 밖에 전시된 트럼프 기념품과 응원 현수막을 구경하고 있다. 2023.11.8.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트럼프 일가의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놓고 대통령직과 사적 이익의 경계를 허무는 이해상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강력한 규제를 받는 통신 산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FCC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정 기업이나 이익 단체들이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고 고객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는 자산을 자녀들이 관리하는 신탁에 맡겼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독립적인 기관이 아니기에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 이동통신 시장은 AT&T와 버라이즌, 티모바일 등이 장악하고 있으며 트럼프 모바일은 이들의 망을 빌릴 예정이다. 이들 통신사가 트럼프 일가의 사업 파트너가 되면 규제 당국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T1 모바일이라는 사업체 이름도 티모바일과 매우 유사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
로런스 레식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주의 깊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가문의 부를 증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을 놓칠 수 없을 것"이라며 "아마도 트럼프 모바일의 사례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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