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모습. 2023.10.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시흥=뉴스1) 김기현 기자 = 지난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와 관련해 수사 당국이 17일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경기 시흥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근로감독관, 경찰 등 인력 80여명을 투입해 SPC삼립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SPC삼립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사고 발생일로부터는 29일 만이다.
압수수색 대상지에는 서울시 서초구 SPC삼립 본사,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장 내 사무실 12곳이 포함됐다.
수사 당국은 압수수색에서 △윤활유 도포 등 기계 정비 작업 시 안전 조치 이행 △근로자 끼임사고 예방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전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철저히 수사해 법 위반이 확인 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27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의 모습. ⓒ News1 황기선 기자
앞서 지난달 19일 오전 3시께 SPC삼립 시화공장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A 씨가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에 상반신이 끼어 숨졌다.
수사 당국은 지난달 27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김범수 대표이사를 비롯해 시화공장 공장장 등 관계자 7명을 입건하는 등 수사를 벌여 왔다.
또 해당 사고 직후부터 강제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압수수색 영장을 세 차례에 걸쳐 청구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번번이 기각 판단을 내렸다.
수사 당국은 4차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끝에 지난 13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A 씨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내 좁은 공간에서 벨트 양 측면 부위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는 높이가 3.5m 정도로 생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뜨거운 빵을 식히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를 원활히 작동시키기 위해선 겉면에 장착된 주입구를 통해 윤활유를 넣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활유는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에 탑재돼 있는 자동 살포 장비를 통해 주요 구동 부위에 뿌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생산 연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육안상으로도 상당히 노후한 상태라고 한다.
경기 시흥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News1
특히 경찰은 해당 사고 현장에서 A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D 사 '금속 절삭유' 용기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 절삭유는 절삭 가공 작업 시 공구와 재료 간 마찰열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공업용 윤활유다.
D 사 금속 절삭유 주요 성분은 염화메틸렌 등으로 흡입 시 두통과 어지럼증을, 접촉 시 피부에 염증 등을 각각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인체에 유해하다.
또 장시간 노출될 경우에는 간이나 신장 손상, 신경계 이상, 암 등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재 경찰은 금속 절삭유 용기를 SPC삼립 시화공장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아울러 금속 절삭유 용기 안에 담겨 있던 액체 상태 내용물과 포장 전·후 상태인 빵 여러 개를 각각 수거해 마찬가지로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SPC는 해당 사고 직후 "A 씨가 뿌린 윤활유는 식품용인 '푸드 그레이드 윤활유'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식품위생법 4조는 유해 물질이 들어 있거나 묻어 있는 것 또는 그럴 염려가 있는 식품 등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제조·가공·사용·조리하는 등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SPC 관계자는 "해당 설비(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는 자동장치를 통해 주요 구동 부위에 식품용 윤활유를 주입한다"며 "윤활유가 묻는 부위에는 제품이 닿지 않도록 차단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빵 공정에서 (금속) 절삭유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사망한 근로자가 어떤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는지는 수사로 규명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k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