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에서 훈련 중이던 우리나라 소방관들이 현지 교통사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쳐 화제다. 현지 소방당국 등은 이들에게 ‘모든 소방관의 표본’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주인공은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이기평ㆍ편영범ㆍ조인성 소방장, 김영진 소방교, 그리고 전남소방본부 소속 김구현 소방위 등 5명이다.

중앙119구조본부 이기평 소방장이 미국 콜로라도주 현지에서 교통사고 부상자를 구조한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소방청

17일 소방청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주(州)에서 급류구조 훈련과정에 참여 중이던 이들은 현지 고속도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구조하는 활동을 펼쳤다. 사고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밤 10시 50분쯤 발생했다. 미국 덴버 인근 I-76 고속도로에서 차량 두 대가 충돌하면서 그중 한 대가 전복됐다. 사고 운전자는 차량 내부에 갇혀 의식을 잃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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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 탑승 차량과도 충돌할 뻔

마침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 중이던 이들 소방관은 즉시 구조 활동을 펼쳤다. 사고 차량이 옆으로 구르며 우리 소방관들이 탄 차와도 충돌할 뻔 하는 등 아찔한 순간이 이어졌다.

지난 13일 오후 10시50분(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 덴버인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전복된 사고차량 사진 후면부가 완전히 망가지고, 문은 4개 모두 열리지 않는 상태였다고 한다. 사진 소방청

이들은 즉시 갓길에 차를 세운 뒤 911에 신고하고 전복된 차량의 뒷유리를 통해 사고 차량 내부로 진입, 부상자를 구조했다. 이기평 소방장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차에서 나와 각자의 역할을 했다”며 "2명은 2차 사고 방지를 위한 차량 통제와 911 전화 구조 요청을, 다른 3명은 사고 차량으로 접근해 생존자 식별 및 구조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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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없어 아쉬웠다"

이들은 의식과 호흡이 없는 운전자를 구조한 뒤 현장에서 곧바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사고 피해자에게선 피가 많이 흐르고 있었다. 사고 차는 후면부가 완전히 깨져있었고, 문은 모두 열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소방장은 “많이 놀라긴 했지만, 사고자를 구하는 게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라며 “(평소 사용하던) 장비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고 했다. 

미 콜로라도주 아담스 카운티 소방서 공식 SNS에 올라온 한국 소방대원들의 모습. 사진 소방청

이후 현장에 도착한 현지 소방대에 환자를 인계하며 구조 활동을 마무리했다. 현지 구조대는 사고 발생 이후 13분가량 지난 다음 도착했다고 한다. 현지 소방당국은 "해당 환자는 끝내 생명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전해왔다. 같은 차에 타고 있던 다른 부상자 1명은 미국 소방대의 구조장비(유압 스프레더)를 통해 구조됐다. 상대 차 운전자는 경미한 상처만 입어 스스로 탈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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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 등도 극찬

인명을 구하진 못했지만, 이들의 활약은 즉각 현지에서 화제가 됐다. 미국 콜로라도 아담스 카운티 소방서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한국 구조대원들의 구조 행동은 모든 소방관이 따라야 할 교과서 같은 대응이었다”며 “즉각적인 CPR과 현장 통제로 신속한 구조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전하며 사진과 함께 감사를 전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누구나 CPR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 사례”라는 글귀와 더불어, 훈련에 참가한 한국 소방대원들의 단체사진도 함께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더해 미국 현지 주요 언론사인 ABC 채널7, FOX32 등도 구조에 참여한 한국 소방대원들 관련 소식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중앙119구조본부 김재현 특수대응훈련과장은 “현지 훈련 중에도 실전처럼 대응해 현장활동에 참여한 이번 사례는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의 전문성과 사명감을 국제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과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이 되겠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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