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충돌 닷새째…이란, 중재국 통해 "美 참전 말고 협상 재개하자"
NYT "트럼프, 중동특사에 이란과 접촉 지시"…네타냐후는 "이란 정권교체"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고 있다. 2025.6.15 ⓒ AFP=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김지완 기자 =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사태 대응을 이유로 예정보다 하루 이른 16일(현지시간) 급거 귀국한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새벽 이란 핵시설 등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무력 충돌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란은 아랍 중재국을 통해 미국에 다급히 대화 신호를 보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정권 교체까지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정상들과의 만찬 이후 떠날 것"이라고 알렸다.
백악관에 복귀하자마자 트럼프는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조기 귀국 공지 직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내가 서명하라고 했던 (핵) 합의에 서명했어야 한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고 나는 그것을 반복해서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테헤란에서 즉각 대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조기 귀국 후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협상을 통한 이란 핵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에 반대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마지막 외교 기회를 잡을지, 벙커버스터를 선택할지 중대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도와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란 핵심 핵시설인 포르도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미사일을 B-2 폭격기로 떨어뜨릴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이스라엘의 군사 전력으로는 산속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포르도 핵시설은 파괴할 수 없다.
트럼프가 이러한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선택하게 되면 협상을 통한 이란 핵문제 해결 가능성은 멀어지게 된다. 이에 트럼프가 벙커버스터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J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에게 이번 주 이란과 만날 것을 제안하도록 지시했다"며 "이 제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이란은 기본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고, 협상을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도 트럼프가 이란에 '마지막 기회'가 담긴 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트럼프의 새 제안이 직전 제안보다 약간 나을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다는 원칙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2025.06.16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 나흘째인 16일 적대 행위 중단과 핵 협상 재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카타르와 오만 등 제3국을 통해서다.
이란이 제시한 조건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 작전에 동참하지는 않았으나 동지중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해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등 이스라엘의 방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도 폭력 사태를 억제하는 게 양측에 이익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WSJ에 따르면 이란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다면 포르도 우라늄 농축 시설과 같이 견고한 지하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랍 국가들도 물밑 로비로 분주하다. 익명의 중동 관리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등이 이스라엘에 전투 중단을 압박해 달라고 미국에 간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에너지 시설에 피해가 가면 원유 시장과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하지만 이스라엘은 멈출 기미가 없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자국 공군이 테헤란 상공을 자유롭게 비행하고 이란의 반격으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현 상황에서 공격을 중단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의 목표가 정권 교체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란 지도부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정권 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민들을 향해 "사악하고 억압적인 정권에 맞서 일어서라"고 호소하며 정권 교체를 부추기는 발언까지 했다.
네타냐후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암살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보도 내용도 부정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에 핵 협상 복귀를 종용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말리지는 않는 모습이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트럼프는 이스라엘에 군사작전을 자제하라고 하지 않았다"면서 "작전은 아직 중반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서 "모두 즉시 테헤란에서 대피하라"고 한 발언이 실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예고한 것인지, 아니면 그 가능성을 지렛대 삼아 이란과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려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런 수사적 압박과 함께 군사적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미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함을 중동으로 이동 배치하고 30대 이상의 공중급유기를 유럽과 중동 방향으로 전개했다. 군사행동 선택지를 넓히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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