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보건원(NIH) 로고. NIH 제공
미국 법원이 트럼프 정부의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 보조금 삭감 조치 일부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리며 소수자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비판했다. 삭감된 보조금 대부분을 즉시 복원하라는 법원 명령은 상고 재판까지 유지된다.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은 트럼프 정부의 국립보건원(NIH) 연구비 삭감 조치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며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정부는 정부 효율화를 근거로 과학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내년 예산에 따르면 올해 대비 NIH는 40%,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55%,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4% 삭감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과 관련된 연구 예산 삭감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NIH 연구자들은 성소수자와 흑인과 여성의 건강을 연구하는 연구 수백 건을 사실상 종료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트럼프 정부는 NIH와 NASA 등 국가기관뿐 아니라 주요 대학들에도 DEI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폐지하도록 압박했다.
이후 NIH 보조금 삭감의 정당성을 두고 진행된 재판에서 법원이 보조금 삭감 일부가 법적 효력이 없어 무효, 불법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번 판결을 내린 윌리엄 영 판사는 정부가 소수자들을 차별했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약 400개 과제에서 삭감된 보조금 대부분을 즉시 복원하도록 명령했다. 복원 명령은 상고 절차 중에도 유지된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임명돼 40년간 판사 생활을 한 영 판사는 정부가 보조금을 취소한 이유 중 일부가 개인의 편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봤다. 판결 이후 그는 "정부 차원에서 이정도 수준의 인종 차별을 본 적이 없다"며 "이를 지적하지 않으면 눈이 먼 것"이라고 트럼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우리 사회 전체가 이렇게 추락했나, 우리는 부끄러움이 없나"라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 원고들은 기관 관계자나 상급자가 인종차별을 했다는 주장을 제기하지 않았다. NIH의 보조금 삭감 결정 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영 판사는 원고들에게 차별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도록 요청했고 이를 향후 판결에서 다루겠다고 밝혔다.
재판에서 미국 정부 측 변호사는 어떤 연구가 가치 있는지 판단할 권리는 NIH 책임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NIH가 기관의 연구 우선순위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연구를 종료한 백신 접종 거부 등과 관련된 약 1700개 보조금 삭감 조치는 이번 판결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앤드류 닉슨 미국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념적 의제를 우선시한 연구에 자금 지원을 중단한 데 대해 같은 입장"이라며 "항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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