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공수처장, 17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질책 겸허히…반부패 수사기관으로서 정진"
"尹구속취소·즉시항고 포기…상상못한 순간"
"독립 수사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 지킬 것"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2·3 비상계엄’ 수사를 돌아보며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이 일치하지 않았던 애로사항에 대해 토로했다. 공수처가 제대로 된 독립 수사기관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2배가량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7일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공수처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오 처장은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공수처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공수처는 신중하고 신속하게 이첩요청권을 행사해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며 “가능한 모든 인력을 투입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공수처에 보여주신 기대에 비해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내란 수사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순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와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를 꼽았다. 그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와 (구속 취소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라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었다”며 “상상치 못한 순간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앞서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재판부는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며,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즉시항고를 통해 해당 재판부의 결정이 부당한지 다툴 수 있었지만, 검찰은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이례적으로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내란 수사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 및 압수수색 논란, 구속기간 만료 등 잡음이 많았던 가운데 오 처장은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일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 처장은 “내란 재판을 통해서 혹독하게 경험했다”며 “정부의 기조와는 (다소) 불일치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수사기관 종사자 범죄라는 점에서 수사기관 종사자에 대해서는 재직 중 모든 범죄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가져 효율적이면서도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소권도 같이 주어지면 독립수사기관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수사와 기소 분리로) 견제장치가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효율적으로 수사하고 독립기관의 위상을 빨리 정립하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권의 일치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공수처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기 위해 대대적인 증원이 필요하다고도 주문했다. 오 처장은 “현재 공수처 개혁 관련 여러 법안이 올라가 있는 상태인데 검사와 수사관 인력이 두 배 정도는 늘어나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 정도가 돼야 (공수처에 접수되는) 고소·고발 사건을 지체하지 않고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 상당수가 내란 특검과 채해병 특검으로 이관될 예정인 가운데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단 입장도 내비쳤다. 오 처장은 “방첩사 사건도 내란 특검의 수사대상으로 파악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의 기록도 이첩될 대상으로 알고 있다”며 “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3개 특검에 합계 (검사) 10명 이상을 보내게 돼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인력을) 많이 보내서 특검이 잘 운영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공수처가 그 외에도 많은 주요 사건을 가지고 있기에 공수처의 수사가 방해받지 않도록 묘안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오 처장은 “1년 전 취임사에서 외풍을 막아 공수처 검사들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씀드린 적 있다”며 “초심을 잊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철저히 준수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한 고위공직자 부패범죄 일소라는 시대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염원으로 탄생한 공수처가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우리 공수처는 독립 수사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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