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신약 개발·위탁개발생산 성과 눈길
이면에 성장 둔화 우려 "기업주도 성장 우선"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컨벤션앤드엑시비션센터 입구 대형 스크린에 이번 바이오 USA 주제인 'The World Can't Wait'라는 문구가 소개되고 있다./사진=비즈워치
'세상은 고대하고 있다'(The World Can't Wait)
16일(현지시간) '바이오USA'가 열린 미국 보스턴 컨벤션앤드엑시비션센터 입구쪽에 다가서자 거대한 스크린에서 이 같은 문구가 반복적으로 송출됐다. 올해 바이오USA의 주제이기도 하다. 글로벌 바이오제약 산업 환경이 불확실성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멈추지 말라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 기업들은 획기적인 신약 개발과 세계 정상급의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성과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 이면이자 화려한 조명 뒤에는 끊어진 성장사다리에 대한 우려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심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팜 등 단독 부스 참여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동아에스티·에스티팜·에스티젠바이오, 인벤티지랩 등이 단독 부스를 열어 세계에서 찾아온 예비고객과 파트너들을 맞았다.
13년 연속 단독 부스를 마련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행사에서 전시장 초입에 167제곱미터(㎡) 규모 부스를 설치했다. 기존 CDMO 서비스에다 새롭게 론칭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서비스 등 CDMO 포트폴리오 확장, 인공지능(AI) 기반 운영을 비롯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등을 더했다. 글로벌 최대 규모 CDMO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줬다.
16일 바이오 USA 행사장에 마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은 올해 행사에서 세노바메이트를 앞세워 처음으로 단독 부스를 열었다.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광고를 소개하는 등 상업화 역량을 선보였다. 바이오시밀러 역사를 써온 셀트리온은 신약개발의 의지를 담긴 부스를 구성하고, 항체, 펩타이드, 저분자 화합물 분야에서 협력할 파트너를 찾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미국 내 생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현지 항체약물접합체 위탁 생산기업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SK 오너가 광폭 행보
롯데 오너가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은 2년 연속 바이오 USA에 참석했다. 신 실장은 “올해 바이오 USA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이미 몇 개의 미팅에 참여했고, 앞으로 주요한 미팅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동아쏘시오그룹, 싸이티바, 셀트리온, 닥터레디 바이로직스, 써모피셔, SK팜테코 부스 등을 둘러봤다. 동아쏘시오그룹 부스에서는 박재홍 동아에스티 R&D 총괄사장, 최경은 에스티젠바이오 사장, 성무제 에스티팜 사장과 담소를 나눴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바이오 USA에서 글로벌 부스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바이오 USA 기자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바이오 USA에 참석해 직접 미팅을 진행했다. 다만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SK바이오팜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은 회사측을 통해 "바이오USA를 통해 당사의 혁신적인 신약 개발 역량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전략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며 "그동안 쌓은 인사이트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올해는 보다 구체적인 협력 기회를 도모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생태계 내에서 SK바이오팜의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신약개발기업들 "글로벌 파트너 확보" 전력
알테오젠을 비롯해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큐로셀, 올릭스, 인벤티지랩, HLB, 오름테라퓨틱 등 상장 바이오기업은 행사장을 찾아 파트너링 미팅을 진행했다. 비상장 기업 상당수도 분주하게 미팅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기술이전과 파트너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큐롬바이오사이언스의 황선영 사업개발팀장(이사)는 "이번 파트너링 미팅의 3분의 2는 기존에 협의를 진행하던 기업들"이라면서 "새로운 데이터로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렙메드의 송성원 대표는 "국내 첫 교모세포종 CAR-T 치료제 개발을 위해 어려운 도전을 하고 있다"면서 "임상 1상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확인했고 글로벌 파트너를 통해 후속 임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5년 안에 추락" 위기감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의 위기감은 현장에서 뚜렷하게 감지됐다.
바이오USA에 참여한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이대로면 5년 안에 추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뿐 아니라 태국과 인도네시아까지 한국을 무섭게 쫓아오고 있어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 형식으로 지원하고 기업 주도로 발전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면서 "많은 지원도 필요하지만 기업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국내 투자가 마르다시피 한 상황에서 해외에서라도 기회를 찾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참가했다”며 “무너진 바이오 생태계와 단절된 성장 사다리를 다시 세우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종원 (jj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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