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별 채무조정 방식/그래픽=윤선정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 및 취약계층의 신속한 채무조정을 위해 연체 채권을 배드뱅크 등에서 일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의 새출발기금은 채무자가 신청하면 채권을 매입(신청형)하거나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이자부담을 낮추는 방식(중개형)으로 진행했다. 이같은 신청형·중개형은 채무조정 속도가 더디고 비용도 많게는 수십배 더 든다. 새출발기금이 당초 40조원 목표 대비 3년간 실적이 6조원이 채 되지 않은 주된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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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날부터 대통령이 직접 챙긴 채무조정.."일괄 채권매입"으로 속도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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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부 등에 따르며 금융위원회는 오는 19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선 공약 실행을 위한 방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4일) 비상경제점검TF(태스크포스)에서 "소상공인 취약계층 채무조정 담당자"를 먼저 찾아 직접 질의할 정도로 채무조정 공약을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융위는 배드뱅크 설립에 대해 비중있게 업무 보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정부의 채무조정 사례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며 "공약사항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5개월 내에 가장 효과가 큰 방식이 무엇인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 투입 규모가 정해지면 대상이나 시기 등 구체적인 방식이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약에서 "채무조정에서 빚 탕감까지 특단의 대책"을 명시한 만큼 과거 정부에서 효과가 입증된 '채권 일괄매입' 방식의 배드뱅크 운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설립한 배드뱅크가 일정 기준의 연체 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일정 기준에 따라 소각, 원금탕감, 이자율 조정 등 채무조정을 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최근 관련법을 개정해 공공기관인 캠코 뿐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도 채권 매입이 가능하도록 선제 조치했다.
이명박 정부(2008년)의 신용회복기금이나 박근혜 정부(2013년)의 국민행복기금, 문재인 정부(2018년)의 장기소액연체자 채권 소각 등도 모두 일괄 매입형이 주된 방식으로 활용됐다.
반면 윤석열 정부(2022년)의 새출발기금은 신청형과 중개형이 섞여 있다. 예컨대 6개월 이상 연체된 소상공인 대출이 있으면 차주가 직접 새출발기금에 채무조정을 신청해야 심사가 시작된다. 금융회사와 가격 협상을 거쳐 채권을 매입한 뒤 채무조정을 하거나 중개형으로 신복위를 통해 금리조정, 장기분할상환을 결정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출발기금도 당초 일괄 매입형을 검토했으나 막판에 신청형으로 바뀌었다"며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신청자수가 많아도 약정자 수가 많지 않은 이유로 실제 채무조정 목표(40조원) 대비 5조원대 수준에 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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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정산' 일괄매입 국민행복기금 매입가격 3%에 불과, 새출발기금은 40%..저신용 취약계층도 대상 포함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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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행복기금은 연체 6개월 이상의 1억원 이하 대출을 일괄매입했다. 대출 원가의 약 3% 수준에 매입하고 추후 이익이 나면 금융회사에 이익금을 분배하는 '사후정산' 방식을 택했다. 초기 채권 매입을 위해 목돈이 필요하지만 매입 가격이 낮기 때문에 비용효율성이 높다. 외환위기 이후 쓰고 남은 부실채권정리기금 7000억원을 재원으로 해 추가 비용도 들지 않았다. 신청형, 중개형의 새출발기금은 신청후 채권 매입 과정에서 원가의 40% 수준의 비용이 들었다. 정부는 약 4조원 규모의 재정 투입도 계획했었다.
한편 정부는 자영업자 뿐 아니라 저신용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조정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지난 2023년 기준 자영업자 대출 76조원 중 원금이나 이자상환 유예 대상은 5조원(1만명) 수준으로 채무조정 대상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금융위는 오는 9월 추가 만기연장이 가능한 자영업자 대출은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대신 저신용자나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채무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당국은 이번주까지 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1억원 이하 신용대출의 연체 현황 파악에 나섰다. 올해 6월을 기점으로 과거 10년 동안 1년 단위로 나눠 1000만원 단위로 1억원 이하 연체 대출이 대상이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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