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신청서 제출…보안처리 요청도 수용 입장
애플이 구글에 이어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신청했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지도 반출을 신청하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IT 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애플은 전날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5000 축척의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게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현행법상 1대2만5000 축척보다 세밀한 지도는 국토부장관 허가 없이 국외로 반출할 수 없다. 애플의 경우 지도 데이터는 SK 티맵을 쓰겠다고 신청했다.
AP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는 9월8일까지 애플 측에 지도 반출 허가 여부를 알려야 한다.
애플의 이번 지도 반출 신청은 2번째다. 애플은 2023년 2월에도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Mac) 등 자사 기기에 자체 제작한 지도 앱을 선탑재하고 있다. 애플의 지도 앱은 현재 국내에서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도보 경로 안내를 제공하지만, 대중교통(버스, 지하철 등)과 자전거 경로는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애플은 구글과 달리 한국 정부의 요청 사항을 수용하는 데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애플은 구글과 달리 서버를 국내에 두고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서버가 있어야 보안 시설 노출 시 바로 시정 조치를 할 수 있어 정부가 지도 반출 심사 때 중요하게 보는 요소다. 반면 구글은 서비스 운영상 한국 지도 데이터를 세계 각국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에 분산 저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군부대 등 국내 주요 보안시설에 대해서도 가림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정부 요구에 따라 보안시설을 ▲블러(blur·가림) ▲위장 ▲저해상도 처리한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블러, 위장, 저해상도 처리와 관련한 정부의 요구 사항을 국내 여건에 맞춰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구글은 블러 처리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구글에 이어 애플도 고정밀 지도의 반출을 신청하면서 새로 출범한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각국에 비관세장벽의 철폐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내놓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우리 정부가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제한하는 것을 두고 '무역 장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의 앞선 지도반출 신청은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반려됐지만, 이번 지도반출 신청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맞물려 허가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세계 각국의 비관세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데, 통상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구글에 지도 반출을 허가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지도업계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잇따른 고정밀지도 반출 신청에는 길찾기와 같은 지도 서비스 이외의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관광객 길 찾기와 같은 서비스가 목적이라면 현재 보유한 1대2만5000 축척 지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국내 업계 의견이다. 1대5000 고정밀 지도는 도시 계획,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자율주행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구글이 지난 2월 신청한 1대5000 축척 지도에 대한 국외반출 신청에 대해서는 결정을 한 차례 유보했다. 유보 결정에 따라 국토지리정보원은 처리 기간을 60일 연장해 오는 8월11일까지 반출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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