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시대의 법정책 과제와 대응 전략' 세미나
"글로벌 플랫폼 시장 소수 빅테크 쏠림 심화"
"국내 산업 경쟁력 좌우할 성장 기반 필요"
"자국 플랫폼은 생태계 조정자이자 문화 보호자"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17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플랫폼 시대의 법정책 과제와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유진아 기자
"자국 플랫폼이 없는 국가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기회를 잃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경제적·정치적·사회적·문화적 구조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입니다."
한국이 '네카오'와 같은 자국 플랫폼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다. 미국 빅테크아 시장을 지배할 경우 디지털 주권이 흔들린다는 이유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플랫폼 시대의 법정책 과제와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할수록 데이터 통제권과 디지털 주권이 약화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황 교수는 글로벌 플랫폼 시장이 소수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방대한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기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자국 플랫폼이 없는 국가는 디지털 경제 주권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자국 플랫폼의 개념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자국 플랫폼은 특정 국가의 법적·경제적·사회적 환경 속에서 설립되고 운영되는 디지털 플랫폼을 의미한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자국 플랫폼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가 국가 산업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게 황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 자국 플랫폼을 보유한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패권 경쟁 속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자국 플랫폼은 생태계 조정자이자 문화 보호자의 역할을 한다"며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국가 경제적 자주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해외 입법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규제 논의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황 교수는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 등 해외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며 "국내 산업구조와 법제도에 맞는 입법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도 글로벌 흐름에 비춰 국내 플랫폼 규제 논의를 비판했다. 조 총장은 "인공지능(AI)이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자국 AI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과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자국 플랫폼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선회하는 흐름이 2025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국·미국·유럽 사례를 언급하며 자국 플랫폼 육성이 이미 국가 성장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사무총장은 "각국에서도 자국 플랫폼 기업들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디지털 경제 성장 동력으로 간주하면서 규제보다는 육성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도 글로벌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규제 논의가 스타트업 성장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사무총장은 "현재 논의되는 플랫폼 주제들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AI 기술도 플랫폼과 떼어놓고 이해하기 어렵다. 인프라 강화, 혁신 생태계 조성, AI 연계 전략 마련 등 산업적 관점에서 자국 플랫폼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규제 입법 추진 과정의 제도적 문제점도 지적됐다.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디지털플랫폼경제연구실장은 현행 사후추정제 방식의 한계를 설명하며 "사후추정제 방식은 사업자가 스스로 자신의 규제 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예측 가능성도 떨어진다. 해외 입법을 단순히 따르기보다 우리 산업구조와 생태계에 맞춰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 실장은 사전 사업자 지정제 방식이 국제 통상 마찰 우려 때문에 사후추정제를 도입했지만 이 방식 역시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 제한성을 입증하기 위한 경제적 기법 자체도 국내에서는 활용이 어렵고, 소송 과정도 장기화될 수 있다"며 "지금 논의되는 법안들은 실효성이 부족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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